지난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시행으로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다.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과 같은 상시근로자 2명 이상인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부산시 공공기관부터 휴게실, 샤워실 등 편의시설 관련 규정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감전야생화단지 남성 휴게실 내부. 김민정 기자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감전야생화단지의 세면 시설은 물탱크다. 김민정 기자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감전야생화단지 내 컨테이너로 만든 여성 휴게실. 김민정 기자

28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내 감전야생화단지.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사업장 중 하나로 식물을 일정 규격 이상 길러 도시 녹화 사업에 제공한다. 야외 작업을 하지만 쉬는 공간은 컨테이너와 농막이다. 여자 휴게실인 컨테이너에 들어서자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생태공원 한 가운데 있어 습도도 높아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적정한 온도(18~28도)와 습도(50∼55%)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냉난방 기구를 갖춰야 한다. 벽걸이형 에어컨 1대로는 간이 건물의 한계를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자 휴게실인 농막은 나무 패널이 중간에 설치돼 한쪽은 에어컨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더위에 노출된 노동 환경이지만 샤워실도 없어 물탱크 물을 받아 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신체·피복이 오염될 우려가 있는 업무는 세면·세탁 시설을 갖춰야 한다. 공무직 6명, 공공근로자 100여 명이 사용하지만 남녀 각각 1칸 뿐인 간이 화장실 상황도 심각했다. 한 근로자는 “물탱크 수질을 믿기 어려워 출근 때마다 집에서 샤워할 물을 따로 가져온다. 화장실은 말하기 입 아픈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시 감사위원회는 푸른도시가꾸기숲에 휴게시설 개선과 관련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감사 결과를 보면 감전야생화단지뿐만 아니라 사업소의 14개 현업 사업장 중 샤워설이 있는 곳은 전무하고 컨테이너 휴게실조차 없는 곳도 있다.

부산시청공무직노조 장상수 위원장은 “너무 열악해 몇 년째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시와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는 건축 허가를 받기 어려운 낙동강 유역에 있거나 이동 하면서 작업하는 직무가 많아 고정 편의시설 설치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우선 본사에 휴게실과 샤워실을 설치해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공공기관은 또 있다. 노후한 도시철도 1호선 역사를 담당하는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소속 청소노동자 사이에서도 휴게 환경 문제가 불거진다. 일례로 교대역 휴게실은 승강장 바로 앞에 있어 소음 분진 바람이 심하다. 휴게시설 개정안은 분진이 발생하거나 소음에 노출돼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떨어져 있도록 한다. 교대역·부전역 등에서는 여성 청소노동자가 부산교통공사 소속 남성 역무직원의 샤워실을 같이 쓴다. 청소노동자 B 씨는 “씻지 않으면 퇴근 후 대중교통을 타지 못할 정도지만 여성 6명이 남성 샤워실을 빌려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하루에 30분씩 두 번 총 1시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교통공사 측은 “1호선 56개 역사 내 대기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남은 역사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청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지하주차장 분리수거장 앞에 위치해 있다. 노조는 “70여 명이 사용하기에 좁고 냄새·대기질 문제가 있어 서둘러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