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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도박 손대다 빚지고 범죄자 전락…숨기지 말고 치료해야

심각해지는 청소년도박중독

  •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  |   입력 : 2022-08-15 18:58:4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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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비 작년 진료 2269건 급증
- 팬데믹 길어지면서 등교일 줄고
- 집 있는 시간 늘어나 중독 늘어

- 놀이·흥미로 친구와 함께 도박
- 돈 따면 영웅심리·경제적 이익
- 집착 이어져 성인중독 된 사례도

- 전문가 “빚만 갚아줘선 도움안돼
- 상담·치료 통해 문제 해결 필요”

#이모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도박을 시작했다. 1만, 2만 원으로 친구들과 같이 배팅하다가 얼마 후 개인적으로 사설토토 사이트에 가입해 수시로 배팅하게 됐다. 고1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비수준이 올라갔고 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도박으로 충당했다. 고2 때 2만 원으로 200만 원을 따는 소위 ‘대박’을 경험한 후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돈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수백만 원의 빚이 생기면서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대리변제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끊지 못하고 부모님 지갑에서 돈과 카드를 훔치는 일이 벌어지면서 치유센터에서 상담을 받게 됐다.

#김모 군은 고교 기숙사생활 중 친구들과 장난처럼 토토, 사다리게임을 시작했다. 돈을 따면 친구들에게 밥이나 간식을 사주면서 ‘도박을 잘하는 친구’로 인식됐다. 하지만 돈을 잃게 되면서 부족한 용돈을 메우려 거짓말을 해 용돈을 더 받기도 하고 중고거래사이트에 물품을 팔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도박을 하기도 했다. 부모님에게 도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도박을 끊을 수 없었고 중고 물품 사기로 경찰 연락까지 받았다. 자신이 돈을 벌어 갚으려 했으나 도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결국 수시 합격한 대학도 자퇴하고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손 안에 도박장

청소년 도박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최근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의 스포츠도박 행위를 근절하고자 ‘청소년의 모든 스포츠도박 행위는 불법입니다!’는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도박 중독으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2017년 837건에서 2018년 1032건, 2019년 1328건, 2020년 1597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1년에는 2269건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며 등교일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청소년 도박 중독 상담은 감소세다. 도박문제예방치유원(옛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청소년 도박 상담 건수는 2017년 503명에서 2019년 1459명으로 증가했다가 2020년 1286명, 2021년 1242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가정과 학교 등에서 도박문제가 발견되면 상담이 이뤄지는데 코로나로 등교일이 줄면서 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부산울산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옥보희 팀장은 “부모님이나 교사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청소년이 도박을 경험하고, 빠져들고 있다”며 “학교에서 불거지더라도 도박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주로 돈 관련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으로 근본적 해결을

청소년이 하는 도박도 성인이 하는 종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법 온라인스포츠 도박(야구 축구 등), 불법 온라인 카지노(바카라 블랙잭 등), 불법 온라인 미니게임(사다리 달팽이 등) 등이다. 청소년이 애용하는 앱이나 채팅 게임 등에 배너나 팝업창 등으로 도박 관련 정보가 수시로 광범위하게 노출되다 보니 손쉽게 경험하게 된다.

옥 팀장은 “언뜻 봐서는 스마트폰 화면이 도박 같아 보이지 않고 1분 만에 끝나는 도박도 있어 어른들이 자세히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놀이나 흥미로 시작하지만 돈을 따게 되면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심리’가 작용하고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도박 중독 역시 다른 중독과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두 번 돈을 딴 경험에 집착해 계속 도박을 하게 되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서까지 하다가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일이 커진다. 최근에는 고등학생 때 도박에 빠져 들었다가 대학 진학 후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성인 도박 중독자가 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도박문제를 인지한 후에는 무엇보다 부모의 올바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도박문제를 숨기지 말아야 한다. 또 자녀를 윽박지르거나 야단치기보다는 왜 도박을 하게 됐는지, 도박으로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인지 경청한다. 이후 학교와 문제를 공유하고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권한다.

부울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김정은 센터장은 “부모님들이 그냥 돈만 갚아주는 것으로 도박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양상이 심해지는 사례가 많다. 반드시 전문기관의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 자가점검 설문지]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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