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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 대구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김상진 관장

종이시대 산 신문기자, 도서관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끌다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8-09 19:14:5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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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 없는 인생 이모작 결심

- 만 55세가 퇴직이던 기자생활
- 미리 따둔 사서자격증 발판으로
- 40세부터 문헌정보학 박사 밟아
- 정년 앞 도서관장 선발응모 합격

# 수성용학도서관 7년간 변모

- 빅데이터 기술 활용해 혁신 시도
- 책 대출 너머 지역민 구심점으로
- 특강·전시 영상 아카이브화 열심
- 유튜브 등에 정보 공개해 소통도


◇ 김상진의 인생Tip

- 어려울수록 학습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라
대구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김상진 관장이 자신이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 읽고 있다.
여름 휴가철 하면 으레 계곡과 바다가 떠오른다. 그러나 행락지의 인산인해를 뒤로하고 조용히 더 몰려드는 곳이 있다. 15분 거리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도서관 업무가 느는 것은 당연. 대구 수성구립용학도서관에는 휴가를 잊은 채 열 일하는 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용객이 참 많군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요즘 도서관 이용자들이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부터 이번 8월 초까지 한 주 동안 책 대출 이용자가 한 주 전보다 25% 이상 늘었고요, 현장 체험 이용자, 문화강좌 이용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본격 휴가철에 더 바쁘게 된 상황입니다. 요즘은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1, 2학년이 많고요, 은퇴자분들도 해를 거듭해 증가하고 있어요.

-과거 독서실처럼 이용하던 시절과 많이 달라졌군요.

▶제가 이곳에 온 지가 7년 가까이 되었는데, 한해 한해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젠 ‘정숙’이라는 글자 밑에 앉아 학생들이 시험공부에 몰두하는 분위기는 옛날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새로운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학습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이젠 은퇴자들의 평생학습 공간, 정보복지 공간이기도 하고요, 철부지들의 놀이 공간입니다. 어느 틈엔가 복합 문화 플랫폼이랄까요, 그런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용학도서관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고려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행한 ‘2021 우리 마을 책나눔축제’.
도서관은 정말 정숙하지 않았다. 둘러보니 결례를 조심하면서도 각자 정보와 의미를 구하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엄마가 같이 책을 찾거나 문화강좌에 참가하는 모습도 보였고, 음악이 흐르는 1층 북카페에서 다과를 즐기며 담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턱이 없는 지적 문화적 공간이랄까, 변화되는 시대에 지식 학습 문화 교류 등이 다층적으로 일어나는 제3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 일모작일 때 신문기자로 활동하셨더군요. 어떻게 갈아타셨나요?

▶지금 저는 62세인데요, 평생을 신문기자로 활동했습니다. 기자는 퇴직은 빠르나 이직이 쉽지 않은 직업이라고들 합니다. 2015년 말, 만 55세 정년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해 도서관장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모했습니다. 운 좋게 합격했죠. 기자로서 연줄을 행사했으리라 의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빚을 지면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 대신 미리 준비한 것이 적중했습니다. 사서 자격증이 있던 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아차 큰일 나겠다 싶어 문헌정보학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등 미래를 준비했었어요. 그때가 40세, 정년퇴직 15년 전이었어요.

-용학도서관은 특강이나 역사 문화행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저의 혁신의 한 방향입니다. 지역의 욕구를 해소하는 다양한 방식을 개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어 지방이 말살되는 시대죠. 자칫하면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기반한 자긍심도 없어지고 정체성까지도 사라질 위기입니다. 안 되겠다 싶어, 2016년부터 수성구와 대구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목적으로 ‘인문독서아카데미’, ‘독(讀)한 인문학’, ‘대구, 출판문화의 거점’ 등 사업을 국비나 자체 사업방식으로 추진했습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두 차례나 우수도서관상을 받게 한 프로그램이죠. 또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2018년부터 운영한 ‘신노인(新老人) 포럼’도 있습니다. 그 외에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우리 마을 책나눔축제’와 ‘우리 마을 동시(童詩)페스타’를 비롯해 매주 금요일 재능 나눔으로 진행되는 ‘용학이네 사람책방’ 등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사업도 추진해왔습니다. 지역 정체성과 주민 관심을 동시에 고려한 이 사업은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보존합니다.

- 관장님의 무엇이 그렇게 열정을 일으켰나요?

▶저는 도서관이 책을 모아놓고 대출하는 것만으로 그 소임을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민들의 앎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나 종교가 사람을 일깨워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는 경직되어 있고요. 지금은 지식의 수명이 짧아 학교에서 배운 것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시민이 과거와 미래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이 담당해야 합니다. 또한 승자 독식의 무한경쟁체제에 위협받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변화에 부응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되어야 하는 거예요.

-시대 변화에 부응한 또 다른 방법은요?

▶디지털 경영 혁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용학도서관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합니다. 주머니 속 용학도서관을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 욕구에 부응하는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주민의 문화 성향이나 지식 욕구를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파악합니다. 또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출 패턴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합니다. 미래의 트렌드와 주민들의 잠재 욕구를 분석해 자료를 준비하고 장서를 개발해 방문을 유도하는 겁니다. 디지털 자료 저장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본격 유튜버 시대를 대비해 2019년부터는 모든 특강, 전시자료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이곳에 탑재했지요. 그랬더니 2020년 코로나가 왔을 때 혼란 없이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인정받아 국립중앙도서관장상도 두 차례나 받았었어요.



미디어 생태학자 옹(W. Ong)은 인간의 역사는 만나서 말로 소통하는 시대(구술성)에서 인쇄 문자로 의미를 소통하는 시대(문자성)로 이행했고, 이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말의 시대(제2의 구술성)로 전환됨을 진단한 바 있다. 김 관장은 디지털 전환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도서관이 인쇄매체 시대의 관습을 고수만 해선 안 되고, 디지털매체 시대의 생활양식을 찾아가도록 향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존 공공도서관이 하지 않은 길을 가다 보면 어려움은 없었나요?

▶우리 직원들이 잘 이해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지요. 그러나 인쇄매체 시대에 경도된 관료 시스템과 함께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같은 신발을 신어볼 생각이 들기까지 기다려야 해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어쨌든 도서관에 오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는 일이 벽에 부딪힐 때 가벼운 만남은 별로 도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혼자의 시간을 확보해 학습하고 축적하면 돌파구가 보입니다.



현대 소설의 거장 호르헤 보르헤스는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고 했다. 도서관은 그 영원성을 위해 다시 변모해야 할 처지다. 옛날식 다방이 수명을 다하듯 옛날식 대학도, 교회도 수명을 다하는 시대다. 김상진은 책 밖의 책을 찾는 사람들, 도서관 밖의 도서관을 찾는 시대를 위해 계속 혁신한다. 보르헤스는 “도서관이야말로 지상에 있는 천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 여름, 인생 이모작의 전환기를 맞아 더 더운 사람들은 김상진의 신념을 따라 도서관에 가볼 일이다.

◇ 부산지역 공공도서관 활용법 Tip

·공공도서관은 정부의 ‘무더위 쉼터’로도 지정돼 있다. 별도 냉방운영비가 지원되는 이곳을 100% 활용하는 것도 여름을 나는 지혜다.

·부산에는 사상구 도시철도 2호선 덕포역 인근 부산도서관이 허브 역할을 하는 가운데 총 49개의 공공도서관, 99개의 공립작은도서관이 있다. 어느 한 곳의 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148개 도서관 어느 곳이든 이용할 수 있다. 
·부산의 49개 공공도서관은 청소년 진로 체험(남구도서관), 건강(구덕도서관), 노인(화명도서관), 인문학(해운대인문학도서관), 취업 정보(사하도서관) 등 각각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도서관포털(https://library.busan.go.kr)’에는 각 특화된 도서관 정보가 있다. 도서관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분은 도서관 자료를 집에서 무료로 배달받을 수 있다. 또한 거주 지역 도서관에 자료가 없으면 대학 도서관까지 뒤져서 찾아 배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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