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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7> 신라대 학보사 간사 김대성 씨

봉사하며 10년째 단주 … 알코올 중독자에서 치료 전문가로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7-26 18:22:5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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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압박에 우울증 와 술 의존
- 40대에 중독돼 극단 선택 시도
- 매일 15㎞ 걷고 봉사활동 매진
- 가족 신뢰 회복하며 용기 얻어

- 56세때 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 60세인 지금 박사과정 밟는 중
- 중독치료 상담사가 꿈… 강연도
- 내년 전문 치유센터 설립이 목표


◇ 김대성의 인생Tip

-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과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라


인생, 만만찮다. 50대 중반을 넘다 보면 그 중력을 실감한다. 알고 보면 저마다 영화 몇 편씩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번엔 유난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걸었던 이를 만났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손석구는 차라리 귀여운 수준. 인생길의 바닥까지 내려갔는데, 가보니 지하가 몇 층 더 있었던 중증 알코올 중독자. 그러나 그는 지금 그때를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생 역전 중인 이 사람을 만나 본다.
김대성 씨가 신라대 학보사 앞에서 대학생 기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씨는 신라대 학보사 간사를 맡고 있다.

-지금 선생께서는 어떤 상태인가요? 간단한 이력부터 말씀해주세요.

▶저는 1998년쯤부터 중독으로 인한 금단, 내성 증상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중독자 생활을 만 7년 지속해왔습니다. 51세인 2013년부터 회복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알코올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 상태입니다.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자유로운 상태를 더 설명해주세요.

▶알코올 중독자는 그 회복되는 과정에 따라 단주자 회복자 촉진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저는 현재 회복자로서 촉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주자는 술을 끊은 사람이고, 회복자는 단주 후 새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하죠.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만 많이 마신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인데, 회복자는 이 정신을 회복한 사람입니다. 촉진자는 회복자 상태를 넘어 비 온 뒤 땅처럼 단단한 자아를 가지고 사회활동 중인 사람을 가리키죠. 저는 현재 건실한 직장인이며, 앞으로 중독회복 분야에서 좋은 상담사와 치유사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 부산 북구빙상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김대성 씨.
그의 현재 직함은 신라대학교 학보사 간사. 대학에서 운영하는 신문사, 방송사 그리고 부산학연구센터의 행정적인 일을 도맡고 있다. 중독자 1만 명 중에서 1년 이상 단주를 지속하는 이는 0.02% 즉 2명 정도일 수 있는데, 이들까지도 재발률이 많게는 80%라고 한다. 그러니 사실 알코올 중독자가 10년 이상 단주한 회복자가 되는 것은 통계상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회복은 물론이고 알코올 중독 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곳곳에서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심각하셨나요?

▶전문대를 졸업하고 삼성(클라크, 상용차, 전자)에 입사해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그 과정에 성과도 내었지만 술을 많이 마셔서 쫓겨나기도 했고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다가 폐업을 당하는 시련을 맞았습니다. 43세 무렵에 중독 진단을 받았으나 단주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더 심해져 46세 때는 자살을 시도했던 적도 있고, 49세 때는 급기야 뇌경색과 관절 마비까지 왔습니다. 환청도 심했어요. 공부 잘하고 이쁜 딸의 학업도 저 때문에 엉망이 되었는데, 어느 날 저는 아내의 행동을 오해해 흉기를 휘두르기도 하여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정은 풍비박산, 저는 바닥없이 침몰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회복의 길로 들어섰나요?

▶50세 때 어느 날 삶에 대해 포기하고서 아내에게 목욕을 좀 시켜달라 했습니다. 세상을 하직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목욕하고 난 뒤 갑자기, 꼭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이 솟아나더군요. 그때부터 단주를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중독은 무서운 것입니다. 마음이 힘들어 부들부들 떨릴 때 술은 충만감을 줍니다. 그러니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마시다 끊었다 하는 세월을 1년 반 정도 더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술 세 병을 혼자된 방에서 마시고 있었는데 제 머릿속에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며 너 자신의 위치를 알라”는 울림이 크게 가득 차더군요.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어요. 신비한 공명현상 속에서 저는 일어섰고, 단주를 실행했습니다.



김대성 씨가 알코올 중독자의 회복 과정에 관해 쓴 신라대 석사 논문.
그는 직업 활동 중 실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점점 소진되다가 우울감에 빠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음주를 했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쓰던 성향이 사회생활 중 과한 스트레스를 떠안는 기질로 발현되었고, 이게 우울증과 중독으로 연결되었다는 것도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어쨌든 그는 다 망가진 상태에서 프로이트가 생명본능이라고 하는 에로스(eros)의 큰 공명에 사로잡혔다. 그의 본능이 그도 모르게 죽음본능인 타나토스(thanatos)를 거부한 것이다.

-회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먼저 기초체력 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하루에 15㎞ 정도 걸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100번씩 저 자신에게 감사와 칭찬을 했습니다. 알코올 회복 전문시설인 A.A.(Alcoholics Anonymous) 자조 모임에도 가보았는데, 저에게 맞지 않더군요. 저는 봉사활동을 택했습니다. 덕천교회와 덕천복지관 식당에서 1년 정도 설거지 일만 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 후 북구자원봉사센터, 북구치매안심센터에서 강사 활동을 했습니다. 56세 때인 2018년에는 대학원에 들어가 사회복지학과 정원철 교수님에게서 배우면서 저 자신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겠죠?

▶신념을 지키며 답을 찾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외로워 눈물 흘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북구지역자활센터의 쌀 택배 활동, 부산디지털대 학습, 숙박업소 세탁물 처리 등을 꾸준히 했었죠. 신뢰를 얻기까지 집안에서도 가족의 동선을 피하며 가족들의 옷 세탁, 시장보기, 식사 준비 등의 활동을 해주었습니다. 단주 후 2년 6개월 정도 되니 아내와 아들이 저의 변화를 믿어주더군요. 4년 5개월째에는 제가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딸이 “아빠하고 같이 밥 먹은 지 한 10년은 되었째?”하더니 제 옆에 앉는 것입니다. 딸로부터도 믿음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침 먹고 있던 국에 어찌 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지금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알코올 중독 당사자의 고통과 회복 과정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면서 전문성에 눈을 떴습니다. 현재는 박사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 공동의존자에 대해 연구 중입니다.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요양보호사 중독전문가 심리복지상담사1급 긍정심리상담사 인지정서지도사 레크리에이션1급 실버코칭지도사 한국마약퇴치본부 영남권 재활센터 회복상담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절주전문강사 등의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또한 40·50대 고독사 예방을 위해 만덕복지관의 만발이사업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만덕 3주공 아파트의 동대표 회장으로서 부녀회와 공동으로 국수 봉사를 18년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얼마 전 아들이 취업하기 위한 면접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말에 “아버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눈물이 와락 쏟아지더군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큰 꿈입니다. 그리고 알코올 의존자 없는 부산을 만들기 위해 내년 하반기에는 전문 치유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누구든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60세인 김대성은 넘어진 자리에서 그것을 딛고 일어선 이웃이다. 온갖 부유물이 뒤섞여 떠내려가는 장마철 같은 세월. 알코올 중독은 우리 사회가 공모자이지만, 고통을 감내하는 이는 개인이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삶에 지칠 만큼 지친 염미정이 말한다.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에게 김대성의 인생 이모작 길은 든든한 나침판이기에 충분하다.

◇ 알코올중독으로 의심되는 가족이 있다  면 어떻게?

서투르게 금주를 요구하면 화를 입을 수 있어 섣불리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 전문기관의 중독자를 둔 가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부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서구 구덕로 187) (051)246-7574
-사상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사상구 가야대로 196번길 51) (051)988-1191
-해운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해운대구 반송로 853) 0510-545-1172

·가족이 국립부곡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K)의 ‘관찰자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ttp://bgnmh.go.kr/checkmehealme/selftest/alcTest5.xx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면, 해당자를 설득해 위 홈페이지에서 ‘자가 진단’을 받게 하든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더 자세한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이 센터에서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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