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1> 근원과 환원 ; 복잡한 인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7-04 19:45:2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원소와 원자에서 원은 같은 한자를 쓸까? 다른 한자를 쓸까? 다른 한자를 쓴다. 원소(元素)는 으뜸이나 처음을 뜻하는 원(元)을 쓴다. 원자(原子)는 근본이나 근원을 뜻하는 원을 쓴다. 서로 다른 한자를 쓰지만 그 뜻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으뜸이나 처음인 元은 근본이나 근원인 原과 그 맥락이 같다. 음악에서도 으뜸음과 근음은 대개 비슷한 맥락으로 쓰인다. 두 복원(復元, 復原)도 거의 같은 뜻이다. 원소와 원자의 원처럼 근원과 환원의 원도 다른 한자를 쓴다. 근원은 물 수가 부수인 원(源)을 쓴다. 사물이 생겨나는 본바탕이라는 뜻에서 물 수가 없는 원(原)을 써서 근원(根原)이라 해도 되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근원(根源)이라 쓴다. 어떤 물줄기가 있으면 그 근원이 되는, 즉 물이 흘러 나오는 수원(水源)이 바로 원이다. 지명인 경기도 수원(水原)은 원 앞에 물 수(水)가 있으니 굳이 수원(水源)이라 쓰지 않아도 물이 흘러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환원의 원은 으뜸 원을 쓴다. 으뜸이 되는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환원(還元)이다.

근원적 요소들의 환원으로 설명 불가한 눈
환원주의에 앞서 근원주의와 비슷할 근본주의(fundamentalism)는 지금 상태와 무관하게 처음의 뿌리적 근원(根源, 根原)이나 근본(根本)을 굳게 지키는 이념적 주장이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그렇다. 반면에 환원주의(reductionism)란? 지금 상태를 있게 하기까지 어떤 단순한 하위 수준의 부품적 요소로 돌아가 설명하려는 과학적 입장이다. 기계론적 환원주의가 그렇다. 환원주의로 물리나 화학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도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가령 뇌와 연결된 복잡한 체계로 작동하는 눈이 그렇다. 환원주의로는 눈이라는 정교한 작용이 어찌 생겨났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즉 1+1=2라는 단순부품 조합의 환원주의 논리로는 복잡다단한 눈의 작용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눈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이에 환원주의에서 벗어나는 점에서는 같지만 상반된 다른 입장이 있다. 조물주의 고차원 지적 설계로 만들어졌다는 창조주의(creationism) 입장이다. 수만 개 부품들이 저절로 조립되어 비행기가 만들어질 수 없듯이 눈도 하위 요소들의 자연스런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드시 인간을 초월한 전지전능한 신의 설계 및 제작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대립된 창발주의(emergentism)란? 눈을 이루는 하위 요소들 조합으로 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1+1>2라는 조건에서 눈이 이루어진다는 입장이다. 하위 요소들이 장구한 세월 동안 어우러지다 보면 그 요소들의 조합을 뛰어넘는 새로운 뭔가가 돌연히 변이하여 생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고등한 두뇌 작용도 마찬가지다. 신이 계신다면 직접적 창조가 아니라 간접적 창발에 관여하실 거란다. 과연 인간은 창조주의든 창발주의든 환원(還元)할 수 없는 근원(根源)의 진리를 알게 될까? 저마다 알 수는 있겠으나 강경한 입장이 드세게 대립하면 진리는 묻혀진다. 환원하여 밝힐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둘 다 믿음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일까? 과학은 사실 여부에 따라 바뀌지만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은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바뀌기 힘들다. 인간세상 참으로 복잡하다. 도대체 인간 자체가 도저히 환원이 안 된다. 도무지 어렵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뉴스 분석] 서부산 ‘쇼핑몰 삼각편대(롯데·신세계·현대百)’ 시너지…유통상권 팽창 예고
  2. 2일본 신칸센 멈추고 주민 대피령…삿포로·아오모리 등 혼비백산
  3. 3부산대 여자기숙사 드론 알고 보니 외주업체 야간 촬영
  4. 4“전력 열세에도 적 심장부 돌진…충무공 정신이 난제 풀 열쇠”
  5. 5잦은 흥망성쇠, 척박한 생존환경…음모·술수가 판쳤다
  6. 6“원전 밀집 부울경, 전력 다소비 수도권…전기료 차등 마땅”
  7. 7'3金 낚시론''이게 뭡니까' 김동길 교수 별세
  8. 8부산항서 타이어 교체하던 60대 남성 사망
  9. 9영화의 바다 별들 다시 뜬다…BIFF, 10일간의 항해 시작
  10. 10한미 북 추가 도발 억제용 미사일 발사...낙탄에 주민 '화들짝'
  1. 1“원전 밀집 부울경, 전력 다소비 수도권…전기료 차등 마땅”
  2. 2한미 북 추가 도발 억제용 미사일 발사...낙탄에 주민 '화들짝'
  3. 3최인호 "HUG 권형택 사장 사의, 국토부 압박 탓"
  4. 4국감 첫날 파행 자정 넘겨 마쳐...둘째날 '부자감세' 논란 예고
  5. 5내일 방통위 국감 여야 전투?...TV조선, MBC 논란 공방 예상
  6. 6민주당 "여성가족부 폐지 땐 여성 타깃 범죄 취약" 우려
  7. 7빛 바랜 한미 대응사격, 낙탄 사고에 야권 "완전한 작전실패"
  8. 8외신 “북한 풍계리 주변 활동 증가”
  9. 9감사원 유병호 문자 노출에 野 "文 정치감사 배후는 대통령실" 맹폭
  10. 10민주당 영남 5개 시도당위원장, 선거법 개정 촉구 결의문 채택
  1. 1[뉴스 분석] 서부산 ‘쇼핑몰 삼각편대(롯데·신세계·현대百)’ 시너지…유통상권 팽창 예고
  2. 28년째 이용객 1위… 에어부산 김해공항 활성화 일등공신
  3. 35년 간 부산지역 중고차 관련 위법 행위 412건… 전국 2위
  4. 4잡히지 않는 부산 '생활물가'…무 119%·돼지갈비 14%↑
  5. 5올해 4분기 수출전망 더 나빠졌다…"환율 변동성 확대"
  6. 6‘멕시코에서 엘살바도르까지’ 부산세계박람회 ‘중미’ 쌍끌이 공략
  7. 7"애플 일방적 앱가격 인상에 韓이용자 3500억 추가 부담"
  8. 8농식품부 “김장철 배추대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
  9. 9주가지수- 2022년 10월 4일
  10. 10월급쟁이 소득세 9% 늘 때 기업 법인세 4% 증가 그쳐
  1. 1부산대 여자기숙사 드론 알고 보니 외주업체 야간 촬영
  2. 2'3金 낚시론''이게 뭡니까' 김동길 교수 별세
  3. 3부산항서 타이어 교체하던 60대 남성 사망
  4. 4"학교용지부담금 분양 시점 학생수 고려해야"
  5. 523년 제자리 영남알프스케이블카, 이번에는 진행될까
  6. 6김해시 의생명산업 중심 도시로
  7. 7음주 상태로 도로 역주행하다 정차 차량 '쾅'…도로 앉아있던 차주 사망
  8. 8부울경 5~20㎜ 강우...낮 바람 불어 쌀쌀
  9. 9"부산도시철도 쓰레기통 방화 진화 도운 시민 3분 찾습니다"
  10. 10코로나 위중증 58일 만에 최저…해외유입도 감소세 뚜렷
  1. 1거포 가뭄 한국, 홈런 펑펑 미·일 부럽기만 하네
  2. 2권순우, 세계 23위 꺾고 일본오픈 16강
  3. 3필라델피아 막차 합류…MLB 가을야구 12개팀 확정
  4. 4처량한 벤치 신세 호날두, 내년 1월엔 맨유 떠나나
  5. 5김수지 ‘3주 연속 우승’ 도전…상금 1위까지 두 토끼 잡는다
  6. 6이대호 고군분투했지만…가을의 기적은 없었다
  7. 7손흥민, UCL 첫골 쏘고 토트넘 조 1위 이끈다
  8. 8‘또 해트트릭’ EPL 홀린 괴물 홀란
  9. 9국내 넘어 세계무대서 맹활약, 한국 에어로빅계 차세대 스타
  10. 10김하성, MLB 첫 가을야구 진출 축포 ‘쾅’
우리은행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살았다면 유명 축구선수 됐을 삼촌…결코 헛된 희생 아냐”
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엄마와 단둘이 살다 발작 심해져…치료비 지원 절실
  • 2022골프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