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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대피할 수 없는 1500만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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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RANO)입니다. 지난 17일 밤 11시 30분 소방청에 200건이 넘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원인은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규모 2.3의 지진. 그보다 일주일 전에는 부산 기장군에서 산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 불리는 울진 산불도 불과 한 달 전 이야기. 황령산 산기슭에 사는 라노에게는 더더욱 무섭게 다가옵니다. 문득 궁금증도 생깁니다. 큰 재난이 발생한다면 반려동물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

출근길에 지하철역 ‘대피소’ 안내문을 보니 가슴이 꽉 막힙니다. “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재난 성격에 따라 아파트나 학교·지하시설·병원·공공시설을 대피소로 운영합니다. 부산에 위치한 대피소는 1414개. 그런데 반려동물은 재난이 발생해도 ‘집사’를 따라 대피소로 대피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박건녕 씨와 그의 반려견 ‘카누’를 만난 라노. 그래픽=한하람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4만 가구의 1448만 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려동물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 지난해 부산시는 5년간 810억 원을 투입해 반려동물 산업 육성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그런데 ‘위급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모두 확인해봐도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대피소에 대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반려동물 피란 대책을 만들자는 주장은 3년 전에도 나왔습니다. 2019년 고성 산불 때 떠돌던 수많은 동물과 반려동물을 도운 건 동물보호단체들. 올해 울진 산불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한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장소가 없어 곤란해하던 보호자들이 많았다”며 “자치단체나 행정안전부에 문의해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합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애완동물 재난대처법 속 유의사항. 홈페이지 캡쳐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애완동물 재난대처법도 실천이 쉽지 않습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보호자가 직접 타지에 거주하는 지인이나 수의사·조련사가 제공하는 대피소를 알아봐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 타지에 연고가 없는 ‘카누’의 보호자 박건녕 씨에게는 동물병원이 유일한 대책. 평소 카누가 이용하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동물을 수용할 여건도 안 된다. 유료 호텔 정도만 이용 가능할 것”이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2020년 1월 농림축산부는 동물복지 종합계획 6대 분야 26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는 반려동물 동반 대피요령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과 반려동물·반려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 지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와 달리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60만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자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 행동’을 마련했습니다. 일본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반려동물 재난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습니다.

1500만 반려인 시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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