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잦아 피해 규모 더 커질듯
- 겨울비 줄고 여름엔 ‘물 폭탄’
- 온난화 재해 대비 서둘러야
최근 잇단 대형 산불의 진화에 애를 먹는 데는 기후 위기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한 해에 비가 내리는 날은 적어졌지만 여름철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등 기상의 극단화가 산불 피해를 키우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까지 총 12건이다. 산불에 타버린 산림 등의 면적은 24.3㏊로 집계된다. 지역별로는 숲이 많은 기장군과 금정구에서 각각 3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지난 2일 처음 일어나 재발화가 계속되다가 이날 오전 10시 최종 진화된 금정구 회동동 아홉산 산불은 1건으로 처리됐다.
추세로 보면 이는 지난 10년간 최다 수준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의 한 해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12.1건(피해면적 평균 15㏊)이다. 3개월 만에 1년 치 평균을 넘어섰다. 피해가 가장 컸던 2019년이 21건(72.84㏊)인데, 산불은 4월에 자주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산불 피해는 이보다 클 수 있다.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다. 이 기간 부산에서 일어난 산불 중 입산자 실화에 의한 것이 평균 4.9건으로 가장 흔했다. 농막이나 사찰이 불에 타 산불로 옮겨붙은 사례도 평균 4.8건에 이른다.
산불을 진정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기후다.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햇볕으로 바싹 마른 낙엽 등에 불이 붙으면서 일어난다. 봄철인 4월에 산불이 잦은 것도 이런 이유다. 비가 오면서 건조한 날씨가 풀려야 아홉산 산불과 같은 재발화가 멈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태어나서 이번처럼 비를 두 손 모아 기다려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비 오는 날(강수일)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1991~2020년) 부산의 평균 강수일은 99일이다. 그런데 최근 10년간의 강수일은 98.1일로 조금 줄었다가, 최근 5년간은 90.4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겨울철(12~2월)은 비 내리는 날이 최근 10년 15.5일에서 최근 5년 11.8일로 유독 적다.
대신 2020년부터 3분기(7~9월) 강수량이 대폭 늘었다. 최근 10년간 부산의 3분기 평균 강수량이 794.9㎜다. 그러나 2020년 1426.5㎜, 지난해 1045.8㎜로 급증했다. 2020년 7월 시민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량지하차도 참사도 당시 쏟아진 기록적 폭우에 기인한다. 비가 오는 날이 줄어든 대신 여름철 ‘물 폭탄’의 위력이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진 셈이다. 자연스레 수해도 잦다.
기상 변화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 문제다. 전국의 지난 1월 전국 강수량은 2.6㎜로, 1973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부산 역시 이날까지의 3월 강수량이 3.2㎜ 불과해 평년보다 가물다.
결국 산불이 좀체 꺼지지 않고 피해를 키운 건 기후 위기 탓이라는 지적이다.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구자상 공동대표는 “지구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강수량이 준다는 통계가 있다. 공기 중 수분이 부족해진다는 것으로, 기후 항상성이 깨져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처럼 기후 변화로 전 세계가 산불에 시달린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등 문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