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추리 만화 가운데 셜록 홈즈 못잖은 명성을 자랑하는 두 명의 명탐정이 있죠. 그 중 한 명은 “범인은 이 안에 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해결하겠어!”라고 외치는 소년탐정 김전일. 올해로 연재 30주년을 맞은 장수작품입니다. 그런데 최근 부산구치소 맞은편에 ‘김전일’이라는 상호를 내 건 탐정사무소가 등장. 간판엔 김전일의 얼굴까지 새겨져 온라인에서 상당한 화제를 낳았더군요. 라노가 직접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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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라노가 사상구 학장동에 위치한 김전일 탐정사무소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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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 하면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뒷조사하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김전일 탐정사무소는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민·형사 사건에서 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일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대표 A 씨는 “합법적인 선에서 주로 카카오톡과 SNS에서 지워진 개인 정보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의뢰인이나 구체적 사건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성 문제나 사기 사건을 주로 다룬다고 해요. 지난해 7월 설립 이후 100건 넘는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김전일을 좋아했다. 간판에 ‘코난’을 내걸까도 생각했지만 김전일의 수사기법이 더 섬세하다고 판단했다”며 상호에 얽힌 배경도 밝혔습니다.
국내에 진짜 탐정이 있었다니, 혹시 불법은 아니냐고요? 2020년 8월 ‘탐정’ 명칭을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걸 금지하던 신용정보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며 탐정은 합법적 지위를 얻습니다. 이를 계기로 부산의 대학가도 전문적인 탐정 과정이 등장. 2020년 부산외국어대가 탐정행정전공 석사과정을 신설. 신라대와 부산경상대에도 각각 탐정학과와 경찰·탐정과가 있습니다. 부산외국어대 백상진(탐정행정전공) 교수는 “형사· 민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처럼 탐정에게 꼭 필요한 법률부터 위치추적기 탐색이나 무술까지 실무능력을 가르친다”고 설명합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주로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경찰이나 보안업체 출신이라고 해요.
이번 대선에서 탐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일 “국민에게 안전한 사실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공인탐정제 도입을 공약. 탐정의 칭호는 ‘위법’ 지위를 벗었지만, 아직 법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지는 못하는 현실입니다. 가령 탐정의 업무 수행 범위나 과정 등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어 위·적법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몇몇 민간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현행법상으론 무자격 탐정 영업도 가능한 실정. 그러다 보니 일부 흥신소 등이 ‘탐정업자’라는 이름을 빌려 불법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늘 나옵니다.
다만 공인탐정의 길도 쉽지는 않을 듯 보입니다. 공인탐정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2005년 17대 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차례 탐정 공인화를 위한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 법무부와 변호사 단체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를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부산탐정연구협회 곽명달 초대 회장(전 부산 동래경찰서장)은 “탐정 공인화야말로 무자격 탐정에 의한 불법 뒷조사 등을 막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 백상진 교수는 공인탐정제의 장점을 살리면서 인권 침해를 막을 방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직은 ‘양성화된 흥신소’ 정도로 인식되는 탐정업이 ‘공인’ 받게 될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