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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 모르고 운반한 선사, 항만 출입금지는 재량권 남용”

법원, 마산해수청 항소 기각 “유엔 결의 이행엔 국내법 필요”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02-06 19:54:14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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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가 위조된 줄 모른 채 북한산 석탄을 운송한 선박 회사를 두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별다른 검토 없이 항만 출입을 금지한 마산해양수산청에 대해 법원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대북 제재 결의가 이행되려면 국내 법령의 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행정1부(신숙희 부장판사)는 북한산 석탄을 운송했다며 항만 출입을 제한한 마산해양수산청(이하 마산해수청)을 상대로 선박회사 ‘이스트리버쉬핑’이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보면 마산해수청은 2019년 2월 28일 해양수산부로부터 파나마 국적 이스트리버호 선박이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를 위반해 국내 무역항 출입 허가 금지 대상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산해수청은 그 해 3월 4일 각 선박대리점에 해수부의 통보 사항을 전달하고 선박의 출입을 불허했다.

사측은 원산지를 알지 못한 채 이뤄진 운송이었다며 유엔안보리 의결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측이 배에 실은 석탄은 원산지가 위조된 것이다. 사측에 석탄을 넘긴 A 상선 등은 2018년 6월 20일께 북한산 석탄을 베트남산이라고 속여 쓴 원산지 증명서를 포항세관에 제출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포항항에서 석탄을 수입했고, 세관에 적발된 후에야 북한산이었단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정에 근거해 사측은 2019년 12월 23일 마산해수청에 출입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반려당했다. 한편 원산지를 속인 A 상선 등은 2019년 11월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은 마산해수청이 선박의 항만 출입 불허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출입이 막힌 직후 처분의 법적 근거와 함께 원산지를 모른 채 석탄 운송에 선박이 이용됐다는 것만으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는지를 마산해수청에 질의했으나 ‘해수부에 문의하라’는 답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행정적 행위의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은 절차적 위법이라고 봤다.

법원은 또 대북 제재 결의는 국내의 법령 또는 행정 지침이 수립된 이후에야 이행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마산해수청이 선박 입·출항과 관리에 관한 법률적 판단 없이 해수부의 통보대로만 처분을 가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마산해수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빈치는 “이번 사건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국내법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결의 자체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지 않으며, 별도의 법령을 제정해 이행돼야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며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한국 선박도 타국 입항이 금지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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