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정책 마련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산업재해의 주된 요인인 도급 시스템 개선 부분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18년 98명(4.6%) 2019년 102명(5%) 2020년 113명(5.5%)로 3년간 증가 추세다. 7대 특·광역시 사망만인율(인구 1만 명당 사망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 순위도 2018년 5위(0.87)에서 2020년 3위(1.04)로 높아졌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31.6%) 제조업(29.4%) 운수·창고·통신업(12.5%) 순으로 많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27.5%(86명), 5~49인 43.1%(135명)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0.6%(221명)가 발생했다.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지역인 만큼 부산시는 지난 25일 2026년까지 산재사망을 50% 감축한다는 목표와 함께 4개 전략, 14개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시는 추가 의견 수렴 후 과제를 확정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5년간 335억 원을 투입한다.
이번 정책을 두고 재해 발생 구조를 개선하는 데 신경쓰기 보다 처벌에 관한 기업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방안 위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0년 부산시의회는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조례가 산재예방 사업 실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실행안이 서둘러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시는 조례에 담긴 ‘부산시 산업안전보건환경 실태조사’ ‘노동안전보건센터 설치’ 등을 과제에 포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실천 방안은 빠졌다. 대신 ▷기업별 산재예방 맞춤형 지원 ▷부산형 클린사업장 플러스 지원 ▷제조업 노후장비 및 작업환경 개선 ▷건설현장 시스템비계 설치비용 지원 ▷산업재해예방 특별 자금 지원 같은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이 다수 담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18년 태안화력발전에서 홀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을 계기로 외주화로 인한 산재와 원청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 진 것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산재 예방 조례를 공동 발의한 도용회 시의원은 “시가 정책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지만 재해 발생 때 기업이 지는 책임과 처벌을 방지하는 것 위주라는 느낌이 든다”며 “시나 공공기관이 도급을 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나선다든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원 예산 규모 역시 실질적으로 효과를 불러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손헌일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가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알고있다”면서도 “2019년 기준 부산에 300인 이상 기업만 3400여 개가 되는데 작업장 환경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 각 기업에게 과연 얼마나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곽옥란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은 “업계에서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시설 보완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보완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부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6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재해 예방보다 로펌 자문 계약을 통해 어떻게 처벌을 면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거나 활동을 위축한다며 법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대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산업안전보건기관 설립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