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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지자체 자율권 더 강화해야"

4선 오규석 기장군수에게 지방자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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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개정 환영하지만

-시 관할 부군수 임명권 반환 등

-해묵은 인사권 독립 실천 필요

-중앙당 논리 얽매이지 않아야

-기초의회도 완전한 분권 실현


이달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고 정부 권한을 지자체에 배분하는 분권의 수준을 높이는 등 지방자치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법적 근거 마련이다. 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을 명시했고, 주민감사 진행에 필요한 청구인 규모가 완화됐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처 직원을 임용할 수 있는 인사권도 부여했다. 부산 기장군에서 군수만 4번 역임하면서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오규석 군수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24일 오 군수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철학과 네 번에 걸친 군수직을 마무리하는 소회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오규석 기장군수가 지방자치법 개정안 전면 시행과 관련해 부군수 임명권 등 제대로 된 자치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군수 임명권 돌려달라

오 군수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지자체의 인사권 독립 등 해묵은 과제부터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꼬집은 사안은 ‘부군수 임명권’이다. 지방자치법에는 ‘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부산 내 16개 구·군의 부구청장과 부군수의 인사를 시가 관할하고 있다. 부군수 임명권 반환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오 군수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산시청과 국회 앞 등에서 77번이나 1인 시위를 했다. 1인 시위를 할 때마다 시에 공문을 통해 부군수 임명권 반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 군수는 “관선시대부터 이어지던 관행이자 악습이다”며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는 명령하달식 일방적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상호보완적 대등한 협력 관계다. 이런 것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행되겠느냐”고 한탄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그는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는 현 상황의 시작점은 ‘기초선거(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집행부인 기초지자체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기초의회가 당리당략에 따라 반대하면 이뤄내기 힘들다는 점을 거론했다. 또 지역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중앙당 등이 공천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을 내고 당선되면 임기 내내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 대신 중앙당의 하수인 노릇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군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며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 차례 진행했다. 이와 관련된 입장문도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국회의원 등에게 보내기도 했다.

오 군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며 “초대 군수시절 기초의원은 정당에서 공천하지 않았는데 그때가 오히려 지역 주민을 위하는 분들이 기초의원으로 더 많이 활동했다. 지금은 기초의회가 주민보다 정치 논리에 얽매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완성을 위해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뤄져야 행정에서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중앙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지방화 시대로

오 군수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이제는 ‘지방화 시대’로 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1차 행정혁명은 일제강점기 이후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됐고 ▷2차 행정혁명은 1960~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찾아왔고 ▷3차 행정혁명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 시대라고 규정했다. 세 차례 행정혁명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일방통행 방식으로 내려보내는 것이었기에 이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중앙집중식 행정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4차 행정혁명을 위해 지방화 시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등의 형태로 행정체계가 환골탈태해야 하는 시점임을 짚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자체에 자율권을 더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군수는 “기초지자체가 주민의 행복을 위해 주민 맞춤형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만,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있는 게 현실이다”며 “모든 게 중앙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중앙 정부가 모든 지자체에 똑같은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며 지자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재정 인사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이제는 결국 지방화 시대로 가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오규석 기장군수가 초대 군수시절 사랑방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는 모습. 기장군 제공
●무료 침 봉사할 때 행복

군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나 순간으로는 군청의 문턱을 낮춘 것을 꼽았다. 대표적인 게 초대 군수 시절 군수실의 문턱을 없애고 만든 ‘사랑방 진료실’이었다. 현 청사로 이전하기 전 임시 청사의 숙직실에 한방 진료실을 차리고 주민 누구나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기장군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령 인구로 의료에 관한 민원이 많았다. 한의사인 오 군수는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무료 한방 진료를 진행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료를 해 매일 끼니를 놓쳐 불어터진 자장면을 먹었지만, 행복했다는 오 군수. 사랑방 진료실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요청으로 진료를 중단했지만, 이는 주민 보건 서비스 강화로 이어졌다. 보건소에 한방 진료 과목을 만든 것이다. 이는 전국 보건소에 한방 진료가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오 군수는 “군수가 어떤 예산도 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무료로 침을 놔주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런 규제도 지방자치에 대한 제약으로 이어진다. 규제와 법의 테두리 속에서 단체장의 몸을 묶어 두면 무슨 훌륭한 행정 서비스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언급한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언론과 지식인 등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 군수는 “언론과 지식층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이슈화해야 결국 정치권이 바뀐다”며 “기성 여의도 정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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