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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9> 실리콘과 실리콘 : 음양조화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1-24 19:10:5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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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원소들 공통점은? Hydrogen Boron Carbon Nitrogen Oxygen Fluorine Silicon Chlorine Arsenic Bromine Iodine. 우리말로 번역할 때 소(素)로 끝난다. 수소(H) 붕소(B) 탄소(C) 질소(N) 산소(O) 불소(F) 규소(Si) 염소(Cl) 비소(As) 취소(Br) 옥소(I). 수소를 빼면 1~12족에서 소로 끝나는 원소는 없다. 18족에도 없다. 13~17족 사이 비금속 원소들에 있다. 최외각 -전자가 3개 이상이며 원자 반지름이 짧아 +원자핵으로부터 받는 인력이 강한 2주기 원소에 5개나 있다. 3~5주기까지 밑으로 내려갈수록 소로 끝나는 원소는 적어지며 금속원소들이 많아진다. 6~7주기 원소들은 모두 금속이라 소로 끝나는 원소들이 없다.

실리콘 반도체, 실리콘 성형물.
이처럼 주기율표에는 일련의 규칙성이 있다. 1~12족 원소들에선 1, 2개의 최외각 전자가 자유전자가 되어 원자핵과 금속결합하여 금속 원소를 이룬다. 하지만 13족 이상의 원소들에선 3개 이상의 최외각 -전자들이 +원자핵으로부터 받는 인력이 세서 자유전자가 안 된다. 서로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하는 비금속 원소가 된다. 다만 3주기에 있는 알루미늄은 13족이지만 3개의 최외각 -전자들이 +원자핵으로부터 구속당하는 인력이 2주기 원소의 최외각 전자들에 비해 약해 자유전자가 된다. 그래서 금속결합하니 금속이다.

13족 알루미늄 바로 옆 14족 실리콘은 규소(硅素)다.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규소인 실리카(SiO2)가 된다. 암석의 주성분으로 지각에 무지하게 많은 규산염 광물이다. 특히 모래에 많다. 유리의 재료다. 결정(結晶) 구조에 따라 석영(石英)이 되며 결정이 크고 뚜렷하면 크리스탈인 수정(水晶)이다. 땅속 뿌리 등에 많은 규소는 필수 미네랄로 의학적 연구대상이다. 천연원소인 실리콘(Silicon)으로 만든 인공물질인 실리콘(Silicone; Silicon+Connection)은 오일 고무 수지 등의 형태로 팔린다. 인간은 규소인 실리콘을 만들 수 없지만 규소-산소의 고분자 중합체(Polymer)인 실리콘은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이리저리 연결시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천연원소인 규소가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이유는? 최외각 전자가 4개라서다. 또한 지각에 산소 다음으로 많은 규소는 탄소나 게르마늄보다 많아서다. 규소의 최외각 전자 4개는 서로 단단하게 공유결합하고 있기에 전자가 꼼짝없이 묶여서 전류가 안 흐른다. 여기에 최외각 전자 5개인 인(P)을 섞으면 -전자 하나가 남아도니 네거티브 N형 반도체다. 최외각 전자 3개인 붕소(B)를 섞으면 전자 하나 들어갈 자리가 비는 구멍인 +양공(陽孔)이 생기니 포지티브 P형 반도체다. N형 반도체에선 -전자 하나는 남고, P형 반도체에선 +양공 구멍 하나가 비니 그 사이로 전자가 움직일 수 있어 전류가 흐른다. 전류가 안 흐르는 부도체 상태와 전류가 흐르는 전도체 상태가 마련되었다. 두 상태를 제어하면 전류가 반은 통하고 반은 안 통하는 반도체(半導體)를 만들 수 있다. 드디어 전류가 통하면 1, 안 통하면 0인 비트(bit) 단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결국 반도체도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즉 음양조화의 산물이다. 음양조화는 이상적 철학적 관념적 허구가 아니다. 화학적 물리적 과학적 실체다. 반도체 기반의 디지털 문명도 이루게 한 음양조화다. 이 세상 온 우주에 음양의 조화가 아닌 건 하나도 없다. 뿌리 바탕 으뜸의 진리다. 다시 보자 음양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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