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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다시! 최동원 <4> 최동원 음악회 기획서

사직벌 ‘환희의 송가’ 떼창으로, 부울경 공동체 화합 도모를

  • 정두환 음악평론가·지휘자·기획자
  •  |   입력 : 2022-01-18 19:12:3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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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마음 지휘한 번스타인
- 평화의 메시지 선사한 베토벤
- 동료선수 위해 헌신한 최동원
- 이들 공통점은 구도자적인 삶

- 지역 음악인 대규모 악단 꾸려
- 베를린에 울려퍼진 ‘합창’처럼
- 베토벤 교항곡 연주회 연다면
- 예술로 먼저 하나되지 않을까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Karntnertor Theater)에서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한 작곡가가 연주가 끝난 뒤에도 무대 위 연주자들만 쳐다보고 있다. 알토 독창자 카롤리네 웅거(Karoline Unger)의 재빠른 대처로 환호하는 관객의 모습을 본 뒤 작곡가는 청중을 향해 답례 인사를 하였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Symphony No.9 in d-minor, Op,125 ‘Choral’)가 세상에 알려지던 순간의 이야기이다.
1989년 12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음악회를 지휘한 레너드 번스타인이 연주가 끝난 뒤 갈채를 받고 있다. dpa picture alliance
‘인간의 소리를 잃고, 천국의 소리를 듣다’. 필자는 베토벤을 생각할 때 이 문장과 헤어질 수 없다. 살아생전, 음악 최고봉에 올라있음에도 늘 힘든 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 음악만이 자신을 지탱하게 해줄 수 있었던 사람. 대부분 음악인이 외국 또는 귀족에 종속될 때 독립하는 삶을 실천한 사람. 생전에 평가절하됐다가 사후에 최고 평가를 받은 사람. 베토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오롯이 혼자 스스로 다듬어, 음표의 냉엄한 자(尺) 앞에서 소리를 만들어가는 구도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예술로 인류에게 하나 됨을 선사했다.

“알겠심더. 마 함 해보입시더.” 1984년 코리안시리즈 선발 등판 전 최동원이 던진 말이다. 자신의 의사를 공동체 논리에 맞추면서도 “그래 한번 부딪쳐 보자,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다” 는 개인 의지가 들어있다. 자기 희생은 이미 각오되어 있다. 코리안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직후 그라운드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는 “자고 싶어예” 라고 솔직 담백하게 답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어쩌면 혼자 모든 부담을 져야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 함 해보입시더” 다짐하며 담담하게 마운드로 향하던 모습과 이긴 뒤 “자고 싶어예”로 인터뷰하던 소탈한 모습. 이 두 이야기는 공동체를 위하는 강한 책임감과 모든 것을 해결한 뒤 자신에게 위로를 보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1989년 베를린 ‘합창’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환호하는 투수 최동원과 포수 한문연. 국제신문 DB
1989년 11월 9일 전 세계는 철옹성 같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필자의 생각을 도끼로 쪼개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그해 12월 25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해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인 영국의 런던 심포니, 미국의 뉴욕 필하모니, 소련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 오케스트라, 패전국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그리고 나치 치하를 겪은 프랑스의 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연주한 곡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었다.

번스타인은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 중 환희(Freude)라는 가사를 자유(Freiheit)로 바꾸어, 생각과 사상의 자유를 동베를린 가극장에서 노래하도록 했다. 번스타인은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순간에 스스로를 내려놓고, 음악회의 의미와 자유의 힘을 나누고자 했다.

부산 사람 정서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왜 지금 최동원을 다시금 떠올리며 생각의 끈을 부여잡는가? 필자가 최동원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부산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부산 정신을 최동원에게서 찾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래서 베토벤과 번스타인, 최동원 그리고 부산 사람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이들에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 번스타인·베토벤·최동원

음악 거장 베토벤.
이들은 치열하게 구도자적인 삶을 살았다. 베토벤은 처절하리만큼 혼자서 음악, 작곡이라는 자신의 영역을 일구어갔다. 작곡은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으며, 오롯이 혼자 자신과 싸우며 치열하게 걸어갔다. 개인을 위한 음악을 넘어 인류를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 후대 사람은 베토벤을 음악의 성인이라며 추앙하지만, 베토벤 자신은 이런 결과물을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일부 귀족을 위한 음악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음악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작곡했으며, 일반 관객과 더불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이 그에겐 작곡이었다. 자존감과 명예심으로 그 어떤 어려움도 인내했다.

번스타인 또한 음악을 삶에 녹여내려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다양하게 전파했다. 수많은 음악회 중에서도 그가 특히 아낀, 미래 세대를 위한 ‘청소년 음악회’는 젊은 음악인의 등용문이었고, 수많은 음악 애호가를 탄생시켰다. 그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빛나는 독일 통일 기념 음악회 지휘에서는 ‘환희’를 ‘자유’로 바꾸어 ‘객체’가 ‘주체’로 바뀌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최동원은 어떤가? 공동체와 개인 삶이 동행하는 방법을 알았고 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동료와 후배를 위해 먼저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모두 힘겨워하는 곳으로 말 없이 걸어가 최선을 다하는 사람. 일화는 너무도 많다. 필자는 고교야구가 전국을 뜨겁게 달군 시대와 프로야구 개막식이 열린 시대를 공유하는 추억이 있기에 최동원, 그 이름만으로 지금도 열기를 느낀다.

부산은 열정적으로 시도하는 힘이 있는 도시다. 부산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시도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1973년 10월 10일 전국 공공 문예회관 가운데 최초로 부산시민회관이 문을 열었다. 당시 그곳은 삼익아파트, 시외버스 터미널, 자유시장에 둘러싸인 공터였다. 이 먼지 나는 곳에 문화예술의 씨앗을 심은 도시가 부산이다. 1989년에는 전국 시립교향악단 가운데 처음으로 외국인인 러시아의 지휘자 마크고렌스타인을 지휘자로 초빙해 전국 최고 교향악단 반열에 올라섰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 분야에서 부산은 수용성이 아주 좋은 환경을 갖췄으며, 부산 사람 역시 열정적으로 시도해보는 힘이 있다. 최동원의 “마 함 해보입시더!”가 표현하듯 지금 우리도 한번 해볼 기회를 만들 시점이다.

■ 사직구장, 1000인 관악 연주

부울경 메가시티로 가는 길에, 공동체와 동행하는 법을 몸으로 실천한 최동원의 정신이 깃든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부울경 관악인이 모여 팡파르를 울려보자. 사직야구장에서 1000명 넘는 연주인이 모여 목금관 악기의 팡파르를 울리는 음악회를 열자. “마 함 해보자.” 특히 예술문화 분야에서는 청년에게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 부울경 10여 개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음악인이 해마다 배출된다. 이들이 함께 새로운 일을 만들어 보게 하자.

이는 시작일 뿐이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음악과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에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로 확장할 수 있다. 장소는 최동원의 체취가 배인 사직야구장이면 좋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부산시민공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북항도 좋다. 부울경 세 고장이 모여 더불어 먼 길을 동행하는 모습을 예술에서 먼저 시작하자. 2000명이나 3000명의 합창을 더해, 베토벤이 인류에게 선물한 ‘환희의 송가’ 또는 ‘자유의 송가’를 부르면 더욱 좋다.

부산 정신, 부울경 마음은 이런 방식으로 시민 곁의 음악으로 거듭난다. 문화강국, 예술강국으로 가는 길이며 공공 예술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혼자가 아닌 공동체 속에서 서로 격려하며 먼 길을 떠나보는 것이다. 그 속에서 서로의 정신을 이해하고 나누며 서로의 어깨를 내미는 힘이 나온다.

무쇠 팔 최동원은 홀로 만들어지거나,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했고 공감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은 굳건한 신뢰를 기반으로 했다. 음악도 작곡가·연주자·관객이라는 세 박자가 맞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배려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 된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Alle Menschen werden Bruder,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Bettler werden Furstenbr?der. (거지도 귀족의 형제가 되노라.) Wo Dein sanfter Flugel weilt.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실러의 이야기를 새긴다.


※공동 기획=국제신문 최동원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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