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뀐 평가지표… 재량권 남용”
- 전국 7개 자사고 2심 영향 줄 듯
- 시교육청 “상고 여부 검토할 것”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청 취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전국 10개 자사고가 교육청 취소 처분 관련 행정소송을 벌여 모두 1심에서 승소한 뒤 이 중 7곳이 2심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운대고가 처음으로 2심에서 승소했다. 나머지 다른 자사고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법 행정2부(곽병수 부장판사)는 12일 해운대고의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 취소 무효 확인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이유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가 대상 기간과 관련해 이전 학교의 운영 성과를 소급 적용하고 기준점수도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리는 등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해운대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해운대고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해운대고 황윤성 운영위원장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나고 지정 취소 과정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며 “시교육청이 상고한다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으로 활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재판부가 해운대고의 자사고 평가 내용과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입수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상고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위법·불공정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며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피해를 초래한 것에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엄중히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해운대고는 2019년 5월 시교육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 지정 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인 70점에 미달하는 54.5점을 받아 취소됐다. 2019년 8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시교육청은 2018년 12월 31일에야 기준점수가 60점에서 70점 이상으로 변경된 사실을 해운대고에 알렸다. 또 감사 등 지적에 따른 최대 감점을 2014년에 3점을 적용했지만, 2019년에는 12점으로 확대했다. 이 역시 해운대고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처럼 기존 평가지표를 적용했다면 해운대고는 63.5점을 얻게 되고 당시 기준점수인 60점을 충족해 자사고 지정 연장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이에 반발한 시교육청은 지난해 1월 항소했다.
자사고 취소 처분과 관련해 1심에서 승소한 곳은 해운고를 비롯해 이대부고 중앙고 숭문고 등 서울 8곳, 경기 안산시 동산고 등 전국 10곳이다. 이달 하순께 서울 배재고 세화고의 항소심 판결 선고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