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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증원·시스템 등 준비 부족…대입 연계 불안감도 커

설익은 ‘고교학점제’

  •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  |   입력 : 2022-01-11 21:50:1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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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과목 늘면 교사도 더 필요
- 수급 안되면 수업질 하락 불가피
- 3년간 192학점 이수 졸업기준
- 하루 수업량 6시간 넘어 ‘과도’
- 현 대입제도 혁신해야 적용 가능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3년 앞두고 부산지역 모든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된다. 교육당국은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비롯해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행 계획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대입제도와의 연계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지난 10일 부산센텀여고에 구축된 온라인공동교육 거점센터에서 센텀여고 등 3개교 1, 2학년 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개설된 진로선택과목을 듣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준비 부족

고교학점제는 수업기준(학점)부터 시작해 수업 방식과 공간 등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것이라 일대 혁신에 가깝다. 이런 만큼 관련 교사 및 교재 확보, 수업량 및 평가제의 적정성 등에 좀 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교 또는 지역 간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도시 및 학교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선택과목 개설 규모 및 교사 수급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시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최대 95개 선택과목이 개설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이 중 대략 절반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 이를 맞추려면 교사 수가 지금의 1.5배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 고교 교사는 “아무리 시범 시행 중이라고 하지만 준비가 너무 안돼 있다. 선택과목은 새로 많이 개설되는데 정작 교재나 가르칠 사람이 없다. 예를 들어 수학 담당 교사가 교육학을 가르치기도 한다. 교사의 담당 과목이 늘면 그에 따른 수업이나 평가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부담은 늘고 질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2025년 전면 도입과 함께 고교 3년간 총 192학점(2560시간)을 졸업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평균 수업량이 6시간이 넘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역시 선택과목에만 한정돼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학생의 선택을 넓혀주는 것도 좋지만 무조건적인 양적 확대는 오히려 혼란과 부담만 줄 수 있다”며 “선택과목에만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진로에 신경쓰기보다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이나 대입(수능) 관련 과목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 ▷순회교사제 ▷외부강사 채용 ▷대학에 관련 수업 개설 등을 통해 교사 수급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 내 2개 고교에 온라인공동교육 거점센터를 구축했다. 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학점제 안착을 위해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학생 학부모 교원 대상의 다양한 연수 지원, 연구학교에 교과 교사 1명 추가 배치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맞춘 대입제도

고교학점제의 특징을 살펴보면 현행 내신 중심의 수시 교과전형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현행 대입제도와의 공존은 어렵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와 관련된 주요 과목보다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들 위주로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된다. 만약 대입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수능 대비 수업이 이어져 고교학점제는 의미가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학부모 김성진(45) 씨는 “아이가 그간 없었던 새로운 흥미로운 과목에 대한 기대를 한다. 하지만 대입을 앞두는 상황에서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제대로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고교학점제 시행 내용 등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며 현행 수능 체제를 지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형 대입 제도를 2024년 발표할 예정이다. ‘대입 정책 4년 예고제’에 따라 이때 내놓은 대입제도 개선안은 2028학년도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새 대입제도를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반응이다. 오는 3월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대입제도 기본틀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하기에 촉박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한 고교 교사는 “제도만 봤을 때는 굉장히 이상적이다.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대입제도가 바뀌려면 결국 대학이 학생의 진로설계 과정이나 노력 성과 등을 살펴보는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산지부 강재철 회장은 “고교학점제는 고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인데 의견 수렴 과정이나 설득 작업,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없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불안해 한다”며 “제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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