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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7> 철강과 철분 ; 아이러니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1-10 18:59: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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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철(鐵)이나 강(鋼)이라 부른다. 철(Iron)은 원소 상태의 철(Fe)이다. 강(Steel)은 철에 탄소가 들어간 합금이다. 인간은 철을 제조할 수 없다. 태양처럼 조그만 별에서도 제조되지 못한다. 태양보다 큰 초거성 중심부에서 이미 형성되었던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으로 생성된다.

문명의 기반인 철강, 생명의 근간인 철분.
인간은 산화된 철인 철광석 등을 녹인 후 탄소함량을 조절하여 단단한 강을 만들 수 있다. 무쇠로 불리는 선철(銑鐵)이나 주철(鑄鐵)은 탄소함량이 높다. 순철(純鐵)이나 연철(軟鐵)은 탄소함량이 낮다. 탄소가 0.035~1.7% 정도 함유된 탄소강이 강철이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제철(製鐵)보다 제강(製鋼)이 적합한 낱말이다. 철강이란 철과 강이 아니라 철을 주로 하는 강이다. 그러니 제철 회사는 아이언 컴퍼니가 아니라 스틸 컴퍼니다.

118개 모든 원소들 중 90개 이상이 금속 원소다. 이들 중 철은 대표 금속이다. 금속은 철과 비철(非鐵) 금속으로 나뉜다. 철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지구 껍질에선 알루미늄보다 적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가장 많은 금속이다. 자전하는 지구가 N-S극 거대 자석이 되는 것도 중심부에 철이 많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및 세라믹 신소재들이 많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철기시대에 산다. 양철 함석 스테인리스-스틸 수준을 넘는 최첨단 철 합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인류는 철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가장 많으며 가장 뛰어난 금속이기 때문이다.

인체에서도 인간은 철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물이 없어도 인간은 며칠 생존하지만 철이 없으면 10분도 못 버티고 죽는다. 적혈구 속 혈색소(Hemoglobin) 단백질은 철을 함유하고 있다. 철은 허파로 들어온 산소를 조직세포로 실어 나른다. 철이 없으면 세포호흡이 안되어 에너지(ATP)가 안나와 죽는다. 끝에 ‘분’이 붙어 수분이라 불리는 물은 원자가 아니라 분자다. 원자로는 철에 유일하게 ‘분’이 붙어 철분이다. 수분과 함께 생명체의 근간인 철분이다.

이처럼 유일무이한 필수 미네랄 철이지만 철 때문에 살다 철 때문에 죽게 되어 있다. 설명이 꽤 복잡하다. 어려운 부분은 간과(看過)해도 된다. 핵심만 간파(看破)하면 된다. 원자번호 26번인 철(Ferrum)은 4주기에 속하는 전이 금속원소다. 한 개 방을 가진 4s 오비탈에 최외각 전자 2개, 그 바로 안쪽으로 다섯 개 방을 가진 3d 오비탈에 6개 전자가 돈다. 그래서 4s 오비탈에 있는 전자 2개를 쉽게 잃어 양이온인 2가철(Fe3+ , Ferrous)이 되며, 3d 오비탈에 어정쩡하게 돌던 전자 1개를 더 잃어 3가철(Fe2+ , Ferric)이 될 수 있다. 혈액이 산소를 실어 나를 때 2가철이 사용된다. 생명이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몸속 산소(O2)는 2가철이 3가철로 될 때 전자를 하나씩 얻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OH)가 생긴다. 산소 쪽에 외로워 미쳐 날뛰는 전자 하나가 더 있는 요놈의 활성산소가 세포를 비집고 들어가 헝클어 망가뜨린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활성산소의 원인 제공자는 철이다.

인류는 철을 사용하면서 본격적 문명을 일구었지만 더욱 폭력적 전쟁을 벌였다. 마찬가지로 인체도 철을 사용하면서 생명을 이어가지만 죽음의 길을 수반한다. 필연적 숙명이다. 철은 곧 삶이요 죽음이다. 철강 없는 문명 없고 철분 없인 생명 없다. 철로 살아가며 철로 죽어간다. 최대의 아이러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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