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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디바이드 보고서 <2> 빚에 몰린 남, 고립감 빠진 여

월 500만 원 적자…대출상환 압박 무서워 폐업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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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서 쫓겨나 창업 택한 장년

- 코로나 탓에 빚 고지서가 현실

- 자영업 퇴로도 우회로도 없어

- 50대 男 45%"경제적 어려움"


- 여성 56.9% 팬데믹발 우울증

- 특히 30대 고용불안 문제 심각

- 당국 지원책은 경제분야 매몰


코로나 전부터 그랬다. 한국 사회는 원래 그랬다. 직장에서 내몰린 50대 남성은 재취업을 단념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돈벌이는커녕 매달 빚 갚기에 허덕인다. 서비스업 계약직 등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대부분의 20, 30대 청년 여성은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고용 불안과 취업난에 좌절한 나머지 심리적 고립에 빠진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서비스업의 산업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부산은 두말할 것 없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각 계층이 겪는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국제신문이 만난 청년 여성과 장년 남성 역시 코로나19는 기존의 위협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기폭제, 즉 격차의 부스터(Booster)라고 입을 모았다.

7일 오후 연제구 한 스터디카페에서 청년 여성이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
●빚에 물린 중장년 자영업자

9일 부산시의회 연구모임 ‘격차 낮추는 모임’이 수행한 코로나 전후 삶의 질 격차 분석(이하 ’격차 분석)을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이들 중 남성은 ‘경제적 문제’(41.1%) 여성은 ‘심리적 불안’(37.1%)을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았다. 남성 중에서도 특히 중·장년층이 느끼는 경제난은 유독 도드라졌다. ‘격차 분석’에서 50대 남성의 44.9%, 60대 이상 남성의 48.7%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37%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이들의 대다수(43.1%)는 자영업 종사자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카페 ‘B4GO’의 권도일(50) 대표도 코로나19 이후 매월 500만 원의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2017년 가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한 달에 3000만 원이던 매출이 현재는 1000만 원도 채 나오지 않는다. 카페를 열기 전에도 여러 사업을 벌여온 권 대표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은 약 10억 원. 매월 청구되는 빚 청구고지서를 처리하는 것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그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퇴로도 우회로도 없다. 권 씨는 “업자 신고증이 철회되는 순간 거센 대출 상환 압박이 들이닥친다. 폐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재취업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뜩이나 어렵던 장년 재취업이 코로나 이후에는 한파”라고 토로했다. 그는 “왜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 인구는 더 늘었는지 아느냐. 전부 취업 못 해서 생계형으로 종업원 없이 1인 창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는 그의 설명이 맞다. 2020년 부산 자영업자는 약 34만6000명으로 2019년 대비 약 9000명(3.4%) 늘었다. 이 시기 자영업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부산과 광주뿐이다. 장년 남성의 노동력을 흡수할 여력이 부산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생계를 위해 창업을 감행하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자영업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고립감에 빠진 청년 여성

반면 청년 여성을 할퀸 건 심리적 고립 문제였다. ‘격차 분석’에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해봤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56.9%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은 39.3%로 비교적 낮았다. 여성 중에서는 30대가 61.7%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30대 여성은 삶의 질이 악화한 지점으로 ‘심리적 불안’을 지목한 비율이 50.7%에 달했다. 평균 응답률 34.7%와 견줘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률이다.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최민희(가명·여·34) 씨 역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공기업에 다니던 그는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사회에 나왔다. 이후 요식업 경험을 쌓고자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같았다. 100번 이상 탈락했다. 새로 직장 구하는 게 급해져 요식업체가 아닌 곳에도 많이 지원했지만 계속 낙방했다. 코로나 때문에 예정된 채용 시험이 취소됐을 땐 좌절감을 느꼈다.

최 씨는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해서 선뜻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자 좌절감은 더 커졌다. 위기감을 느낀 부모는 성당의 상담 수녀를 만나볼 것을 권했다. 이에 최 씨는 2020년 말부터 매월 한 번씩 성당을 찾아 수녀와 상담하고 있다. 권 씨는 “주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데 ‘쉴 때는 쉬어도 된다’며 위로의 말을 해주셔서 큰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용돈 지급’ 일색 지원책

이처럼 코로나19가 벌린 격차는 각자가 처한 계층적 여건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부산시의 코로나19 지원은 ‘부산형 플러스 지원금’이나 각 구·군에서 뿌린 긴급재난지원금 등 경제적 분야에 매몰됐다. 그마저도 소상공계 등에선 “생계난 해소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기껏 펼친 심리 케어 정책도 용두사미에 그쳤다. 시는 지난해 7월 만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부산청년 마음상담’을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업난 등으로 괴로움을 겪는 청년에게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예산이 6000만 원에 불과해 실제 수혜자가 76명에 그쳤다. 올해는 예산을 3억 원으로 늘렸지만, 아직 계획만 수립된 채 사업 재개일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최청락 박사는 “서비스업이 많은 부산은 20, 30대 여성이 겪은 고충이 컸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실직이 일어난 층이 바로 이들이다”라며 “코로나 장기화로 이 계층의 심리적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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