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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살인’ 비극으로 끝난 40년 해로…老老돌봄 대책 절실

아픈 남편, 치매 아내 케어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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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병원 입원 등 땐 경제 부담
- 자식에 부담 안 주려 극단 선택
- 초고령사회 앞 유사 사건 잇따라
- 건보 급여화, 돌봄시설 늘려야

초고령사회가 문턱까지 다가오면서 몸이 아픈 노인이 병든 배우자를 돌보는 ‘노노 돌봄’이 늘어나고 있다. 간병비를 자식에게 부담시킬 수 없어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를 자신의 손으로 숨지게 하는 ‘간병 살인’ 또한 일어난다. 간병비의 현실화와 함께 국가·지역사회가 치매 간병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치매를 앓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78)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 8월 30일 오전 8시께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 B(76) 씨를 숨지게 했다.

B 씨는 관절염과 당뇨 등으로 긴 시간 투병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치매 판정을 받았고, 지난 8월부터는 증상이 악화돼 거동이 어렵고 용변도 가리지 못했다. 남편인 A 씨 역시 뇌경색 등을 앓아 몸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8월엔 치매 의심 판정을 받기도 했다. A 씨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생각에 이날 아침 식사 중 부인을 살해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약 40년 동안 화목한 혼인생활을 유지했다. 피고인 자신도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우발적으로 범행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초고령사회(총인구에서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사회)가 다가오면서 A 씨와 같은 ‘간병 살인’을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인구 구조와 가족상의 변화 등으로 자식 대신 배우자가 병든 동반자를 돌보는 ‘노노간병’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가인권위원회 ‘노노돌봄 현황 실태조사’에서 노인 돌봄의 주 제공자는 배우자로 확인된다. 외출 동행(27.9%)부터 식사 준비(43.8%)까지 대부분의 돌봄은 배우자의 몫이다.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은 병수발을 드는 배우자 또한 건강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다.

간병은 상당한 경제적 지출이 동반되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큰 부담이다. 치매를 앓는 부모를 모시는 자녀에게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일을 그만두고 직접 수발 들거나,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포기하는 방법은 비현실적이다. 남은 두 가지 방안은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를 보면 간병인을 고용할 때 월 평균 부담액은 256만 원으로 웬만한 직장인 봉급 수준이다. 요양병원 입원을 택할 때도 비용이 만만찮다. 부산에서 요양병원 6인실에 입원할 때 혈관성 치매(뇌조직 손상) 환자는 월 100만 원 수준을 병원에 내야 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퇴행성) 역시 한달 7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지난달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실태와 보험산업의 과제’를 보면 응답자의 29.8%는 간병비가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다. ‘약간 부담된다’는 응답자도 51.6%에 이른다.

아흔이 넘은 치매 환자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 C(55) 씨는 “치매 환자는 24시간 누군가 붙어 있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는 자식 입장에선 케어가 힘들다. 환자가 공격성을 보이면 간병인을 쓰기도 쉽지 않다”며 “예전엔 부모 두 분을 요양병원 2인 1실에 모셨는데, 3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매노인 간병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간병비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 비급여로 분류된 간병비의 급여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박사는 “간병비 현실화에 더해 치매전담 주·야간 보호센터 같은 소규모 돌봄 시설을 늘려야 한다. 특히 부산은 이 보호센터가 전국에서도 가장 적다. 동네 주민이 치매 의심 환자의 동태를 지속해서 살피고 돌보는 ‘치매안심마을’ 제도 같은 지역사회 차원의 방안도 내실을 다지고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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