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주는 물질이다.”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에게 똥이란 “매일 가르침을 주는 존재”라고 합니다.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똥’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해 내보내는 찌꺼기입니다. UNIST에서는 똥을 에너지로 바꿔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실험이 한창입니다.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에게는 사이버화폐도 지급합니다. 이른바 ‘똥본위화폐’가 작동하는 현장입니다.
UNIST에는 사이언스 월든 센터가 있습니다. 디지털시대 세대 갈등과 부의 불평등은 물론 기후 위기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설립된 과학예술융합연구소입니다. 이곳에서는 현재 ‘똥’이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조재원 UNIST 교수] “우리가 똥을 누잖아요. 똥을 누면 수세식 화장실에서 물로 내려버리면 누군가가 돈을 받고 처리해주는 게 지금의 환경 시스템이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똥은 폐기물이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 똥을 버리지 않고 에너지로 바꾸고 에너지를 바꾼 다음에는 퇴비로 만들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거든요. 이것을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자라고 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사이언스 월든 센터는 ‘과일집’이라는 공간을 운영합니다. 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의 줄임말인데요. 이곳에는 ‘비비 화장실’이 있습니다. Bee는 꿀벌, Vi는 Vision의 앞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조재원 교수] “꿀벌과 같이 세상에 가치로운 것을 자꾸 모으자. 모아서 나누자 나누면 이 세상이 바뀔 것이다. 그 바뀌는 출발을 변기에서 출발하자는 의미입니다. 비비화장실의 원리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대게 수세식 화장실이 10L 정도를 한 번에 사용하거든요. 내리면요. 근데 비비 화장실은 1L를 씁니다. 1L도 버리는 것이 아니고요. 변기에서 똥이 잘 내려가도록 돕고 미생물 소화조라고 하는 똥을 먹고 에너지를 만드는 반응조가 있어요. 여기까지 같이 가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물이 됩니다.”
비비화장실 사용자에게는 ‘꿀’이라는 사이버화폐가 주어집니다. 똥이 화폐의 기준이 되는 ‘똥본위화폐’입니다.
[조재원 교수] “한 사람이 눈 똥의 가치를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서 10꿀. 꿀은 화폐 단위거든요. 똥본위화폐는 10꿀을 받으면 그때부터 하루에 7%씩 사라집니다. 이것은 돈도 부패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루고 바로바로 우리가 나누면서 쓰자는 자연의 철학이 담긴 겁니다.”
똥본위화폐는 실제 사용도 가능합니다. 현재 사용이 가능한 곳은 UNIST 캠퍼스 안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한의원이 있습니다. 이 한의원은 똥본위화폐를 지급해야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UNIST 캠퍼스의 무인 꿀숍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쓰다가 이제 더 이상 쓸 수 없는데 여전히 쓸 만한 것을 꿀숍에 내놓으면 ‘꿀’을 내고 사갈 수 있습니다.
[조재원 교수]“UNIST 근처에 구영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도 살 수 있는 그런 가게들이 있고, 이 가게에 있는 분들이 똥본위화폐를 받고 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제 공동체같은 것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이언스 월든의 목표는 똥을 둘러싼 재활용에 집중하기보다 똥본위화폐를 포함하는 과학예술 융합 개념을 만들고 그 개념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재원 교수] “예를 하나 들어보면요. 기후 위기가 있잖아요. 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는 공감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까 이런데 똥본위화폐는 똥이 이 환경으로 나가지 않아서 에너지를 덜 쓰고 물도 아끼잖아요. 그러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연결되는 거죠. 내가 화장실을 하나 썼을 뿐인데 기후 위기가 해결됐네? 이런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사이언스 월든의 가장 큰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내년 2월이면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 지원이 종료됩니다. 사이언스 월든에 필요한 것은 국가적 지원보다 국민적 관심이라고 합니다.
[조재원 교수] “대중이 이 가치를 좀 알고 이용해주심으로써 우리 센터의 연구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지원받아서 연구했다면 지금부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인언스 월든이 살아났으면 또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똥을 에너지로 전환해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사회가 가진 경제적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이언스 월든의 실험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이우정 PD friend@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