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차원 도예인 지원책 절실”
길천도예 이한길 도예인은 지난 1986년 진례에서 다섯 번째로 공방 문을 열었다. 진례지역 도예 역사를 한 줄로 꿰고 있는 고참이다.
경남도 최고장인인 그는 당시 부산에서 도자기 학교를 나온 인재였다. 고향이 합천인 이 도예인은 “부산공예학교를 졸업한 뒤 진례에 터를 잡고 겁 없이 공방 문을 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요즘에는 도예에 필요한 흙을 비롯한 소재들을 손쉽게 배달받을 수 있지만 80년대에는 도예인이 직접 적합한 흙을 찾고 현지까지 가서 흙을 구입해 오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
그는 진사(辰砂·동 철 돌 성분) 유약을 사용해 붉은색을 띠는 진사 도예를 제조한다. 도자기는 800~900도에서 초벌구이를 한 뒤 진사유약을 온 몸에 바르고 1250도에서 2차로 굽는 여정을 거친다.
유약과 변화무쌍한 불의 변화(요변)에 따라 화려한 문양이 나오는 달항아리(백자대호항아리)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견본으로 삼아 연구하기 위해 도자기 파편을 찾아 산천을 누볐으며 처음에는 흙과 유약을 제대로 다룰 줄 몰라 실패도 많이 했다”며 지난했던 도예인 인생을 들려준다.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스마트공방 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작품은 유약과 불의 변화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체계화된 데이터가 없어 후대에 제대로 된 기법을 전수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스마트공방은 가마에 센서 등을 부착해 불을 지핀 가마의 시간대별 온도변화 등을 데이터화하기 때문에 몇년간 자료가 누적되면 명품 도자기를 만드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상당수 도예인이 투잡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일부 도예인은 상품 판매자료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도예인이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