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재개발과 공사 물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과 대교동 호안이 선박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장기계류선이 늘면서 매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하지만 관할 기관은 단속 근거가 없어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22일 부산항만공사와 (사)예부선선주협회에 따르면 봉래동 물양장과 대교동 호안에 정박 중인 선박은 200여 척에 이른다. 특히 봉래동 물양장은 2019년 74척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1척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봉래동 물양장의 선박 수용 규모가 80척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봉래동과 대교동에 선박이 몰리는 이유는 최근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이 일대 선박이 봉래동과 대교동 등지로 옮겨왔고 조선업 불황에 따른 해상·해안 공사 물량 급감과 날씨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선박으로 인한 매연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비정기적으로 장기계류선이 내뿜는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숨을 쉴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실제 신고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2017년 0건이던 신고 수는 올해 9월까지 6건으로 증가했다.
선박 매연은 불완전연소로 발생하는데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내뿜고 있으며 독성이 있는 중금속도 대기 중에 유출되고 있다. 특히 장기계류선은 대부분 노후화로 엔진 등 부품 부식이 심하고 연료도 장기간 보관돼 이로 인한 매연 농도가 진하다. 지난 9월 현재 봉래동 물양장에 130척이 정박 중인데 이 중 1년 이상 장기계류선 24척에 이르며 대교동 호안에는 60척 중 10척이 장기 계류 선박이다.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양환경관리법상 선박으로부터 오염물질을 해양에 배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대기 중 배출은 법 조항이 미비하다. 단속 기관인 부산해양경찰서는 현행법상 황 함유량만 체크해 처벌하고 중금속 등은 기준도 없고 측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이제명(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해경과 관할 기관은 가급적 연안 멀리서 시운전하도록 계도하고, 정부는 대형 선박 위주인 엔진 전환 보조금을 소형선박까지 확대 지급해 친환경 엔진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