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가 발주한 관급공사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해 하청업체 수십 곳이 반발하고 있다. 북구는 하도급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4일 부산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하청업체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배지열 기자

14일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북구청, 남경종합건설은 책임지고 임금체불 해결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와 피켓이 설치됐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지난 6월 마무리된 행정복지센터 공사에서 원청인 남경종합건설로부터 1억8000만 원의 임금과 자재비 등을 받지 못한 30개 하청업체 관계자들이다.

원청인 남경종건은 공사가 늦어지면서 납부한 지체상환금과 보험금 등을 제외하면 부도 직전이라며 돈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 업체 중 하나인 SM디자인 민환식 대표는 “지급 시기가 계속 밀려 항의해도 ‘일단 공사만 마무리하자’고 해 여기까지 왔다. 관급 공사에서 돈을 떼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남경종건이 돈을 줄 형편이 못 되면 구에서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다해 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하도급 직불제’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직불제는 공사·장비·임금·자재 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공공발주자로부터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되는 제도다.

구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원청인 남경종건에서 하도급 계약서를 제출해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지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구 건축과 김연정 공공건축팀장은 “계약서가 없으면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어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할 수 없다. 법적으로 보호할 방법은 없다. 남경종건과 피해 업체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경종건은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는 직접 시공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남경종건 관계자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하청업체도 현장에 상주 직원을 둬야 하는 등 부담이 크고 서로 번거롭기 때문에 대부분 인력·자재만 받아 작업한다”고 해명했다.

공공 발주 사업인 만큼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갈등을 막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태식 북구의원은 “공사 감리를 통해서라도 이런 문제를 미리 파악했어야 한다. 구에서 운영하는 공공건물 공사에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