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 비노조 계약 땐 일감뺏기도
- 공사장 집회 올 상반기 8395건
- 민노총 노조원 강요혐의 檢 송치
- 부산서도 관련 고소 4건 수사 중
경남지역의 한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가 따낸 인력 계약을 강탈하려 한 상급 단체 산하 노조(국제신문 지난해 12월 21일 자 8면 보도) 임원이 검찰에 송치됐다. 부산에서도 인력 계약을 빼앗을 목적으로 거대 노조가 집회를 열어 공사에 훼방을 놓는다는 고소가 다수 들어온 상태다. 노조의 선을 넘은 횡포로 인한 피해 또한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에 고스란히 돌아가 ‘이제는 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 지난 13일 부산 남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지부의 작업 중단 요구에 하청업체 직원이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과 소방의 제지를 받았다. 하청업체 직원 제공 |
경남 거제경찰서는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압박하며 공사를 방해한 혐의(강요)로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건설지부 비계분회 소속 A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거제 고현항 재개발 현장에서 이미 비계와 인력 등의 납품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있는데도 원청을 상대로 분회 소속 노조원을 쓰라고 강권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압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를 협박하고 공사 진행을 막았다. 노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이 업체는 일감 일부를 분회에 떼줘야 했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까지 부산지역 석재건설업체가 경찰에 넣은 노조 관련 고소는 4건이다. 이들은 ‘노조가 소속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을 때는 집회 등으로 공사를 방해했다’며 공통되게 주장한다.
건설 현장의 집회는 해마다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집회는 2016년 2598건(월평균 217건)에서 지난해 1만3128건(월 1094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8395건(월 1399건)이 발생해 여느 해보다 많았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오히려 예년보다 평균 집회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노조와 하청업체 간 갈등이 커지면서 극단적 상황도 연출됐다. 지난 13일 부산 남구 용호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의 석공사 직원은 노조의 강압에 항의하며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이려다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과 소방관의 제지를 받았다.
정부도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난 7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패방지 관계장관회의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건설 현장에서 거대 노조 소속 조합원의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마땅한 대책이 발표된 적은 없다.
이러한 부당 강요는 건설업 특유의 도급 관계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진단이다. 건설업체는 고정된 일감이 없다 보니 현장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하청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는다. 이런 구조 때문에 친분으로 다져진 현장 인력을 항시 관리하는 속칭 ‘오야지(십장)’의 입김이 세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의 사업주 신분인데도 대다수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노조 소속 오야지들은 ‘원청과 교섭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계약을 따낸 하청업체의 권리를 부정하기도 한다. 결국 피해는 ‘갑’ 원청이 아닌 ‘을’ 하청에 전가된다. 한 석재업체 임원은 “오야지가 곧 노조원이라 노조 이름을 내세워 계약을 뺏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정말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