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20대 청년이 소아암 환자를 위해 2년 가까이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한다.
동의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고정환(23) 씨는 이달 중 ‘어머니 운동본부’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증한다고 12일 밝혔다. 1년 8개월간 기른 그의 머리카락 길이는 30㎝가량으로, 추석을 전후해 머리카락을 기증할 예정이다.
고 씨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육군 복무를 마친 지난해 1월부터다. 그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머리카락을 길렀다. 남자가 무슨 머리를 그토록 길게 기르냐는 핀잔도 많이 받았다”며 “지인 추천과 뉴스 검색을 통해 어머나 운동본부에 대해 알게 됐다. 기왕 머리를 기른다면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어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나’는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의 줄임말로, 현재까지 남은 국내 유일의 머리카락 기부 운동 단체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잃는 소아암 환자를 심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증받은 머리카락을 선별해 연간 100여 명에게 맞춤 가발을 제작해준다. 가발 하나에 들어가는 머리카락은 약 2만 가닥으로 200여 명 분의 머리카락을 모아야 하나를 만들 수 있다. 특수 제작돼야 하는 소아암 환자 가발의 경우 개인이 사려고 하면 200만 원 안팎의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소아암협회, 가발회사 ‘하이모’ 등이 비슷한 활동을 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잇는 곳은 어머나 운동본부가 유일하다. 25㎝ 넘게 머리를 기른 시민 누구나 기부 활동에 동참할 수 있으며, 머리카락을 기증하면 증명서가 발급된다.
어머나 운동본부에 따르면 고 씨 같은 남성 기부자는 전체 기부자의 0.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드문 사례다. 그는 “염색·펌을 하지 않았다. 20분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모발 관리를 위해 매일 머리를 감아 선풍기와 드라이기 찬바람으로 20분가량 말린다”며 “머리카락을 기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줄 알았다. 우연히 알게 돼 참여하는 것인데, 어머나 운동본부가 알려지고 동참해주는 시민도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