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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1부두 원형 훼손 위기…IT 원조역사관 만들어 보전을”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과 ‘원조역사전시관 ’ 연계 좌담

  • 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21-09-07 20:01:48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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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참석자

▶강동진(경성대학교 교수(도시공학과))

▶오재환(부산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본지 참석자

▶구시영(선임기자)


- 1부두 ‘피란 유산’ 중 핵심 부분
- 市·BPA 문화재 지정 협의 절실
- 유네스코 조건부 등재 태그 떼야
- 원조 수혜 ‘다크 투어리즘’ 상통
- 요코하마처럼 창고 활용 검토
- 코이카 본부 부산 이전 바람직

부산의 2030 월드엑스포 유치 추진 장소인 부산항 북항 일원에 원조역사관을 조성하는 방안과 ‘피란수도 부산 유산’(9곳·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연관성이 매우 깊다. 그 중심은 부산항 1부두다. 이곳은 1950년 6·25전쟁 피란수도 시절과 전후 재건 시기에 국제사회의 구호·원조 물자가 들어온 역사적 현장이다. 그러니 부산항을 빼고서는 우리의 원조역사를 말할 수 없고, 피란수도 유산도 마찬가지다.
경성대 강동진(왼쪽) 교수, 부산연구원 오재환 사회문화연구실장은 “역사·상징성 면에서 ‘피란수도 부산 유산’과 부산항 북항 ‘원조역사전시관’ 조성 방안은 연관성이 깊고 ‘윈윈’할 수 있는 테마인 만큼 연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난 1일 부산연구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항 1부두의 원형 보존 과제도 그와 맞물려 있다. 피란수도 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1부두 원형 보존(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북항 재개발사업에 포함된 1부두는 해양수산부 등의 개발 추진으로 원형 보존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조역사관-피란수도 유산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 부산연구원 오재환 사회문화연구실장과의 좌담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1부두의 원형 보존과 관련한 상황은 어떤가.

▶오=애초(2018년)에는 도로 선형을 변경하면서 부두 자체의 원형 보존이 결정되었지만, 상부 시설(옛 창고 등)을 어떻게 할 건지는 논의가 없었다. 그런데 근래(지난해 말) 해수부가 상부에 아스팔트를 올리고 기존 시설을 철거해 (복합문화공간 등의) 건물을 신축하는 것으로 개발계획을 고시한 상태다. (부산시 내부에서는 문화재 부서의 보존론과 도시재생 부서의 개발론이 엇갈리다 해수부에 적극 활용을 건의해 수용된 셈이다).

▶강=결국 상부에 이러저런 시설을 넣겠다는 얘기인데, 그것은 1부두 원형 보존의 목적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시민을 위한 활용이라니 꼭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 내용이 부두 원래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점이 문제다. 1부두 공간에 함상공원이나 클래식전시장, 문화복합공간 같은 시설을 넣을 필요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애매한 개발이 이뤄지면 1부두가 지닌 진정성 자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당초에는 1부두 원형 보존을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로 국가문화재와 기념물 지정 추진 등의 얘기도 나왔는데.

▶오=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소유주인 부산항만공사(BPA) 측의 반대로 실현이 어렵다. 그래서 부산시 문화재 부서는 1부두에 대해 ‘시 등록문화재’로 지정을 추진 중이다. 종전에는 국가와 문화재청만 문화재 지정 권한을 가졌었는데, 법률 개정으로 시·도지사(광역단체장) 또한 등록문화재 지정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등록문화재로는 원형 보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강=‘지정문화재’에 비해 ‘등록문화재’는 매우 약하다. 지정문화재는 해당 보호구역을 두도록 돼 있지만 등록문화재는 그렇지 않다. 보호구역이 되면 높이 제한 등 개발에 제약 요소가 많으니 BPA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오=그래서 부산시가 등록문화재 쪽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등록문화재는 50%까지 내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강=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자꾸 후퇴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BPA 측은 ‘등록문화재’ 이것마저도 난색을 보인다니 참 힘들다. 소유주인 BPA가 동의하지 않으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피란수도 유산에 대한 문화재청의 조치도 진전이 없다고 두 사람은 지적했다. 즉, 3년 전에 피란수도 유산이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조건부로 등재됐지만,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종합보존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까닭이다.

▶강=이런 식으로 가면, 1부두를 제외하고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재구성해야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오=알맹이 격인 1부두가 빠지면 피란수도 유산을 전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자칫 전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올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된 ‘한국의 갯벌’ 사례를 들었다. 탈락할뻔 했다가 선정된 것은 우리 갯벌이 멸종 위기에 놓은 소수의 철새 도래지라는 요소가 컸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유산의 핵심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엑스포 유치 추진장소인 북항 내 원조역사관을 조성을 어떻게 생각하나.

▶강=그것은 피란수도 시절 부산항과 북항 1부두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주제다. 원조는 1부두의 가치, 진정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일반 개발계획과는) 개념이 다르다. 요즘 ‘다크 투어리즘’과도 맥이 닿는다. 어두웠던 지난 역사가 이제는 새 관광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더구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다크 투어리즘이 추구하는 것은 그 현장의 진정성이다. 그런데 원형이 파괴된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1부두의 원형을 그대로 지키면서 첨단 IT기술을 접목해 원조역사관이 꾸며진다면 너무 바람직한 일이다.

▶오=피란수도 유산과 원조역사관은 서로 연계하고 ‘윈윈’할 수 있는 좋은 테마다. 월드엑스포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같다고 본다. 북항 안에서도 1부두의 역사·상징성이 가장 크다. 원조역사관을 조성한다면 이곳이 적합하다.

부산항 1부두 전경.
-1부두의 원형 보존이 과제인데, 어디까지를 원형 보존으로 봐야 하나.

▶강=북항 1부두는 근대유산이고 인프라 시설이다. 그에 대한 원형 보존은 고대유산처럼 (아예) 손도 못 대도록 하는 차원이 아니다. 그 유산이 가진 본연의 모습과 가치를 손상하는 개발·리모델링을 하지 말자는 뜻이다. 최소한의 변화는 인정할 수 있다.

▶오=1부두의 기존 구조물을 허물거나 새 시설을 짓지 않아도 원조역사관을 조성할 수 있다. 예컨대 첨단 IT 기술이나 홀로그램, VR 등을 이용해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고 체험공간도 꾸밀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메타버스’ 얘기가 많은데. 과거 부산항에 들어왔던 원조 선박 등의 모형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강=이런 방법도 있지 싶다. 1부두 내 옛 창고를 그대로 두면서 역사전시관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 앞의 국제여객터미널을 역사관으로 사용하고 창고는 비워서 체험공간으로 꾸미는 방안도 있다. 그렇게 가면 피란수도 유산의 성격이 분명해지고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이다.

강 교수는 그와 관련해 일본 요코하마의 사례를 소개했다. 항만 재개발 구역에 있는 유서 깊은 옛 창고(아카렌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활용하고, 그 뒤쪽에 과거 화물열차가 들어왔던 철도라인의 흔적과 포장재료까지도 남겨서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오=원조역사를 엑스포 유치의 주요 테마로 잡으면, 그 역사·상징성이 깃든 북항의 재개발 지구에 관련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적개발원조(ODA) 전담기관인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본부 또한 수도권에 있을 게 아니라 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원조역사의 출발점인 부산과 들어맞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강=이런 측면도 강조하고 싶다. 북항 1부두에 원조역사관이 조성되면, 그 배후 원도심의 근대역사관, 임시수도 기념관 등의 근대유산들과 맞물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일대가 새로운 문화벨트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원도심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전문가는 엑스포 유치와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위한 것뿐 아니라 역사 보존 측면에서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이란 도시가 지닌 원조 구호 평화 인류애 피란수도 등의 본질적 가치와 속성을 확대 재정립하고, 시민이 공유하는 차원에서 생각의 대전환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

◇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목록

순번

유산

1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2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3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4

국립중앙관상대(부산기상관측소)

5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
(부산근대역사관)

6

부산항 제1부두

7

유엔묘지(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8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9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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