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서 韓 거쳐 호주수출 꾀해
- 400㎏ 밀수혐의 30대 남성 구속
1000만 명 넘는 인원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마약사범이 세관에 적발됐다. 역대 마약 밀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가 외국 간 마약 거래에서 ‘통로’로 악용된 점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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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로부터 헬리컬기어에 숨겨온 필로폰. 사진 오른쪽은 밀반입한 필로폰 봉지 135개. 부산지검 제공 |
1일 부산본부세관과 수사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세관은 2019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밀수입한 A(35) 씨를 적발했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404.23㎏이다. 액수로 1조3000억 원에 달하며 135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 적발된 필로폰 밀수사건 중 최대 규모다.
세관과 수사기관에 따르면 A 씨는 필로폰을 숨긴 대형 기계부품을 멕시코에서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호주로 수출하려고 했다. A 씨는 비행기 감속장치인 헬리컬기어에 숨겨 900㎏ 넘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왔고, 이 가운데 약 500㎏은 이미 호주로 밀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와 호주 간 마약 밀거래 과정에서 부산항이 ‘통로’로 악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멕시코는 마약조직과 정부 기관의 결탁으로 국방장관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마약 지옥’으로 악명 높다. 이에 따라 각국은 멕시코발 화물을 예의주시한다.
그런데 A 씨는 멕시코에서 온 ‘마약 화물’을 단순 환적하지 않고, 국내 통관 절차까지 거쳐 보관했다가 호주로 내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멕시코와 달리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이 높다. 호주로 마약을 더 쉽게 들여보내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필로폰 역시 통관을 거친 뒤 국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기는 등 철저히 은닉됐다. 지난 5월 호주 세관이 이 같은 수법으로 자국에 밀반입되는 필로폰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여러 곳을 전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필로폰이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대검찰청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8050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상 속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A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해외에 체류하며 A 씨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범행을 주도한 주범을 쫓고 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