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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1조3000억대 기계부품에 숨겨 ‘역대급 밀수’

1350만 명 투약 가능한 양 적발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1-09-01 19:50:5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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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서 韓 거쳐 호주수출 꾀해
- 400㎏ 밀수혐의 30대 남성 구속

1000만 명 넘는 인원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마약사범이 세관에 적발됐다. 역대 마약 밀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가 외국 간 마약 거래에서 ‘통로’로 악용된 점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멕시코로부터 헬리컬기어에 숨겨온 필로폰. 사진 오른쪽은 밀반입한 필로폰 봉지 135개. 부산지검 제공
1일 부산본부세관과 수사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세관은 2019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밀수입한 A(35) 씨를 적발했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404.23㎏이다. 액수로 1조3000억 원에 달하며 135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 적발된 필로폰 밀수사건 중 최대 규모다.

세관과 수사기관에 따르면 A 씨는 필로폰을 숨긴 대형 기계부품을 멕시코에서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호주로 수출하려고 했다. A 씨는 비행기 감속장치인 헬리컬기어에 숨겨 900㎏ 넘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왔고, 이 가운데 약 500㎏은 이미 호주로 밀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와 호주 간 마약 밀거래 과정에서 부산항이 ‘통로’로 악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멕시코는 마약조직과 정부 기관의 결탁으로 국방장관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마약 지옥’으로 악명 높다. 이에 따라 각국은 멕시코발 화물을 예의주시한다.

그런데 A 씨는 멕시코에서 온 ‘마약 화물’을 단순 환적하지 않고, 국내 통관 절차까지 거쳐 보관했다가 호주로 내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멕시코와 달리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이 높다. 호주로 마약을 더 쉽게 들여보내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필로폰 역시 통관을 거친 뒤 국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기는 등 철저히 은닉됐다. 지난 5월 호주 세관이 이 같은 수법으로 자국에 밀반입되는 필로폰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여러 곳을 전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필로폰이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대검찰청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8050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상 속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A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해외에 체류하며 A 씨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범행을 주도한 주범을 쫓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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