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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8> 태초와 최초 ; 위대한 발견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08-23 18:57: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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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태초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쁜 세상에 쓰잘 데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그야말로 집요하게 파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의 무늬를 연구하는 천문학자(astronomer)와 천체의 물적 이치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astrophysicist)다. 물리우주론자(physicical cosmologist)로도 불린다. 나는 그들과 딱 한 달 정도 지내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무지막지한 걸 연구하는지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태초 빛의 잔향을 최초로 찾은 두 과학자.
지구가 중심인 천동설이니 태양이 중심인 지동설이니 하는 논쟁은 기원 전부터 있었다. 이 분야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지성력은 역시 놀랄 만하다. Incredible! 아리스타르코스(BC 310~240)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와 프톨레마이오스(BC 85~165)가 주장한 천동설은 2000년 넘도록 거부할 수 없는 막강한 정설이었다. 이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37~1543)는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전환적 방점을 찍는다. 그렇게 인류는 천체의 모양을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 드디어 20세기 들어서 더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천문이나 천체를 감싸는 시공간의 집인 우주(宇宙)가 어떻게 처음 생겨났을까?

그냥 생각하기에 세상은 태초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 우주 모든 공간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정상 우주론(Steady-state cosmology)이 그런 맥락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1929년 허블(Edwin Hubble 1889~1953)에 의해 밝혀졌음에도 우주의 밀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정상 우주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는 이제 없다. 빅뱅 우주론이 정설이다. 빅뱅(Big Bang)이란 말은 정상 우주론자들이 놀리던 말이었다. 어떻게 우주가 폭탄도 아닌데 빵하고 터지냐? 뭐 이런 식의 조롱이었다. 하지만 빅뱅 우주론은 증거가 있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빅뱅 우주론의 증거는 무엇일까?

태초(太初) 빅뱅 증거의 단서를 최초(最初)로 발견한 장본인은 펜지어스(Arno Penzias 1933~)와 윌슨(Robert Wilson 1936~)이다. 미국 통신회사 연구소 직원이었던 이들에게 위성통신 안테나에서 들리는 잡음은 큰 골칫거리였다. 안테나 성능을 높이려면 잡음을 제거해야 했다. 새똥을 치우는 등 별 짓을 다 해도 잡음은 지속되었다. 나중에 그들은 그 잡음이 태초 빅뱅 이후 퍼졌던 빛의 ‘잔향(殘響)’이자 파문임을 알았다. 가시광선인 빛도 전자기파이므로 안테나로 수신되어 잡음으로 들렸던 것이다. 138억년 전 빅뱅 이후 38만년 지나서 처음 생긴 태초 빛의 울림이자 메아리였다. 지금도 방송국 주파수를 맞추다 들리는 지지직 소리의 일부는 태초 빛의 잔재일지 모른다. 정상 우주론에선 그런 잡음을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그들은 빅뱅 우주론의 결정적 증거가 된 우주배경복사를 1964년에 발견한다. 이런 걸 눈에 불 키며 찾으려던 전문 연구자들보다 먼저 우연히 발견하며 이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발견은 1956년부터 가모프(George Gamov 1904~1968) 등에 의해 제기되던 빅뱅 우주론의 증거가 되었다. 두 발견자들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다고 우연히 운좋게 발견해서 받았지만 받을 만했다. 이 세상은 태초(The beginning of the world)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질문의 대답인 빅뱅에 관해 최초(The first)의 증거가 된 위대한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울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두 분께 경의를 표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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