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단계 속 전국 379명 몰렸지만
- 오전·오후 분반 등 권고 안 지켜
- 에어컨 가동해 밀접응시 불안감
- 공사 “규정보다 방역 강화” 해명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연일 20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엄중한 상황이지만, 공공기관 시험 등에서 방역 지침 권고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여름 고사장 환경은 감염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어 상당수 수험생이 불안을 호소한다.

	지난 14일 부산 동래구 내성중학교에서 부산교통공사 BTC 아카데미 교육생 선발 시험이 치러졌지만 방역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4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동래구 내성중에서 BTC 아카데미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 취득 교육생 선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도시철도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는 교육생을 선발하는 시험으로, 30명을 모집하는 데 379명이 응시했다. 이 시험에 통과하면 484만 원의 비용을 내고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민간 학원 대비 최고 150만 원가량 저렴한 데다, 아카데미 출신은 교통공사 등 취업에서 유리하다는 인식도 있어 전국에서 수험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내려진 부산시 행정명령고시를 보면 결혼·장례식장 인원제한을 비롯해 학술대회 비대면 제한 등 지침이 명시됐다. 하지만 ‘시험’과 관련해서는 수험생 간 1.5ｍ 거리를 지키고 대기자 공간 마련, 시험장 출입통제에 대해서만 언급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침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확산세가 심할 경우 ‘오전·오후 분반 시행 및 시험일 분산’ 등을 권고하지만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많은 수험생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속에서 치러진 이번 시험을 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응시생 A 씨는 “교통공사 측에 시험 일정 변경, 오전·오후 분반 등을 문의해봤지만 별다른 조처 없이 시험이 치러졌다”며 “함께 준비한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유독 시험장이 ‘방역 모순’의 온상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수험생 간 거리를 규정(1.5ｍ)보다 강화된 2.25ｍ로 뒀다. 시험장내 방역관리자와 간호사를 배치하고, 현장에서 문진표를 작성해 격리·예비고사실을 운영하는 등 철저한 방역 속에 시험을 치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에 따라 연기·취소 등 조처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초창기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시험 등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반면 지난달 서울에선 경영지도사(접수 1549명), 기술지도사(145명) 등 시험이 일시에 치러졌다.

동아대병원 한성호(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고사장은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며 “보안 등을 이유로 시험일자 분산이 어렵다면 수험장내 음식물 금지·소독 등에서 ‘강요’ 수준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