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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 그리고 부산 <2> AI와 윤리·예술·인간

“로봇의 그림도 작품? AI 예술 범위·저작권 생각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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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그림으로 변환해주는 앱
- 8억에 팔린 홍콩 로봇의 그림 등
- 새로운 개념의 예술 등장 주목

- AI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함수
- 어떤 수식 넣을진 인간이 설정
- 자의식 형성, 시장이 결정할 것

- AI 관련 관리·감시법 정비 시급
- 디지털 마약의 중독성 인지하고
- 알고리즘에 의한 통치 경계해야


◇좌담 참석인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좌장)

조환규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이기준 부산대 의생명공학대 학장


부산대와 국제신문이 마련한 ‘4차 산업혁명, 미래사회 그리고 부산’ 제1회 좌담(국제신문 지난 7월 12일 자 2·6면 보도)을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에 올린 뒤 반향이 꽤 있었다. 내친김에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희곡 ‘로봇’(김희숙 옮김·원제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읽었는데, 놀랐다. 1920년 나온 이 희곡에 로봇, 인공지능(AI) 개념, 로봇-인간 갈등, 인간의 걱정이 모두 있기 때문이다. 이 희곡은 카렐이 형 요제프의 제안을 받아 ‘로봇’이란 조어를 처음 써 오늘의 보통명사로 만든 작품이다.

제2회 좌담은 지난달 28일 부산대 중앙도서관 1층의 책 공간에서 열렸다. 주제는 ‘AI와 윤리·예술·인간’. 부산대 조환규(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초대됐다. “전공은 이론전산학이고 알고리즘을 포함합니다. 과학, 철학,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는 과학·공학과 인문을 잇고 넘나드는 학자로 잘 알려졌다. 김석환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석좌교수와 이기준 의생명공학대 학장이 함께 토론했다.
   
구글이 만든 앱 ‘아트 트랜스퍼’가 부산 영도대교 사진을 인식해 이를 세계 미술사 거장 화풍의 그림으로 변환했다. 영도대교가 거장의 미술 작품으로 거듭난 느낌을 준다. 위쪽부터 빈센트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화풍 작품이다.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김석환 석좌교수 = “인류 최초 컴퓨터 에니악이 나오고 10년 뒤인 1956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용어가 등장하죠. 1968년엔 기념비적인 영화가 나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오늘 다루고자 하는 AI와 예술·인간 문제가 다 담겼어요.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한 상상력입니다. 영화광이신 이기준 학장께서 설명 좀 해주시죠.”

▷이기준 학장 = “3시간 정도 되는데 여러 번 봐둘 만한 영화죠. 우주 탐사에 나선 우주선에 할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어요. 특이하게 거짓말도 하고 감정적으로 사람과 ‘밀당’(밀고 당기기)도 합니다. 최후 순간이 와서 인간이 할을 멈추려 하자 ‘제발 그러지 말아 줘!’라고 호소하며 노래도 하죠. ‘데이지’라는 노래입니다.” 이 학장은 “여기서 오늘 얘기해 볼 중요한 두 가지가 나온다. AI가 ‘자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가이다”고 말했다.

조환규 교수가 관점을 달리하며 의견을 냈다. “약인공지능/강인공지능으로 구분해 설명들 하죠. 제가 볼 땐 약인공지능은 이미 구현돼 지금 활용되고 있는 것, 강인공지능은 사람이 원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뭉뚱그릴 수 있어요. 강인공지능은 돈이 얼마가 들든 꼭 이겨야 하는 군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고, 어떻게 발전할지는 결국 ‘시장(market)’이 어떤 것을 요구할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카렐 차페크의 1920년 희곡 ‘로봇’에서 로봇 공장 영업 담당 중역 부스만은 이렇게 외친다. “자넨 생산의 주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나? 전혀 아냐. 생산을 좌우하는 건 바로 수요야.”(132쪽) AI가 자의식·자유의지에 닿을 수 있을지 묻는 철학적 관점과 AI 발달 경로를 정치경제 시점에서 보는 의견이 각각 제기됐고, 둘은 다른 듯 한 바구니 안에 든 쟁점으로 이해됐다.

■ 목적 함수

   
왼쪽부터 부산대 조환규 교수, 김석환 석좌교수, 이기준 학장. 김종진 기자
▷김석환=‘딥러닝’ 개념을 넘어 ‘딥언더스탠딩’이 나옵니다. 스튜어트 러셀(‘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저자)이 든 사례인데요, ‘4학년 학생들이 롤러스케이트 경주를 한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바닥은 어디일까’ 같은 질문을 가정하면, AI는 답변하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질문을 이해하고, 질문 속 상식을 인지·추론하는 겁니다. 1. 롤러스케이트끼리 하는 경주가 아니라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사람들끼리의 경주다. 2, 앉아 구경하기 좋은 바닥이 아니라 롤러스케이트 경주에 알맞은 바닥을 뜻한다.“

이 예시는 절묘한 감이 있었다. AI가 딥 ‘러닝(배움)’ 단계가 아니라 딥 ‘언더스탠딩(이해함)’ 단계로 진화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갈림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I가 자의식·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나 ‘그렇게 되기는 어렵고 그 경로 또한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이 예시 앞에서 한결 선명해진다. 일반인 처지에서는 ‘딥언더스탠딩 단계로 간다는 건 AI가 자의식·자유의지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 아닌가’ 하고 질문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은 다양할 것이고, 토론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기준 =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는 AI가 기능하고 학습하는 데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수치화된 모형이며 ‘목적지까지 가는 데 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경로를 찾아라’ 같은 기능을 실행합니다. 그런데 이 함수는 인간이 설정해야 해요. AI 스스로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목적함수에 ‘가치’(자유 같은 것)를 넣을 수 있을지 여부도 쟁점이고요. 다만, 저는 컴퓨터 운영체제라는 모든 컴퓨터의 공통요소에서 AI의 자의식에 관한 단초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환규 교수 = “AI가 연합해 사람에게 반발하는 건 영화 소재로는 좋은데 역사에서 볼 때 일종의 이방인 혐오주의(제노포비아)가 스며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탈인간화’ 문제를 생각합니다. AI 뒤에 숨어 AI로 인간의 의도를 가리는 거죠. 예컨대 포털사이트 등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곤 하는데, 아! 그건 AI가 한 거다. 우리는 잘 모르겠다며 숨는 식인데…, 실은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돼 있는 것들이죠. 전기밥통이 고장 나 수리하러 가니 메인보드가 나갔다는 겁니다. 왜 나간 거냐고 물으니 원래 메인보드는 나가는 거라고 해요. (공학자인) 제가 볼 땐 아니거든요. 메인보드 설계가 잘못된 거고, 결함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비용 등을 들며 고치지 말고 새 걸 사라고 권해요. 이와 비슷한 식으로 AI 뒤에 숨어 AI를 우려 먹으면 굉장히 악용되지 않을까 큰 걱정입니다.”

■ 새로운 예술 등장! 예술론은?

▷김석환 = “구글이 아트 프랜스퍼(Art Transfer)라는 앱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등을 넣으면 다 빈치, 고흐 같은 미술 거장 23명의 화풍으로 각각 변환해줍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예술, 어디까지인가? 장르별 차이는 어떠한가? 이건 창조인가 모방인가’ 등을 생각해야겠지요. 홍콩의 AI 로봇 소피아가 그린 자화상이 올해 NFT(Non-Fungible Token) 시장 경매에서 8억 원에 팔렸습니다.”

▷조환규 = “저는 AI 예술과 전통적 예술의 가장 큰 차이를 ‘AI 예술은 서사구조가 없다’는 것으로 봅니다. 역사성이 없는 거죠. AI 예술작품이 시장에서 팔리지만 (아직은) 최초 작품 등이고 서사가 있는 일반적 그림과는 가격을 비교할 수 없죠.”

▷이기준 = 예컨대 ‘자유’라는 가치를 그린 그림을 복제할 수 있지만, 우리가 AI에게 자유를 정의해서 줄 수 있을 것인가? 목적함수로 표현할 수 있는가?“

AI와 예술은 만만찮은, 커다란,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는 느낌을 좌담 현장에서 받았다. 예술에 관한 근본 질문부터 저작권, 아우라, 장르별 특수성 등…. 조용한 행성에 혜성이 떨어지자 가라앉아 있던 숱한 입자가 일시에 떠오르는 형국을 상상했다.

■ 관리·윤리·감시·성찰

AI와 관련한 관리·윤리·감시·성찰에 관해서 세 학자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조환규 교수는 “우리나라도 알고리즘을 감시하는 사회적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관련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하는데 법조계 변화는 늦다. 기술중심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학장은 “‘디지털 마약의 중독성’을 알고 데이터 맹신에 빠지지 말자”고 제안했다. 김 석좌교수는 “젊은이들이 민주주의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기 바란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알고리즘에 의한 통치, 사이버 독재가 온다”고 당부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국제신문

※전체 좌담 영상은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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