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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대물림, 후손들 몸이 증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76주년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21-08-04 1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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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원폭피해자협 후손회
- 540명 중 54%가 만성질환
- 정부, 2·3代 유전 인정 안해
- 생계 선지원 후입증 나서야

대퇴부 무혈성 괴사증. 한정순(여·62) 씨를 40년 넘게 괴롭히는 질병. 그동안 인공관절 수술만 5차례. 다리가 아파 자주 넘어진 탓에 발목 수술도 2번. 한 씨가 원래 몸이 약했던 건 아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수 십리를 걸어도 쌩쌩했는데 중학교 2학년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3학년 때는 지각을 39번 했습니다. 숫자 ‘39’가 아직 잊혀지지도 않아요.” 한 씨의 두 아들 중 첫째는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다. 태어날 때 울지 않아 걱정하는 그에게 의사는 “6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첫 아들은 지금까지 살아있다. 두 발로 일어서 걸은 적은 없다.

한 씨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이 아픈 원인을 추정하게 된 것은 2003년. TV에서 정숙희 제2대 한국원폭피해2세 환우회장의 인터뷰를 보면서다. 정 회장도 한 씨처럼 ‘대퇴부 무혈성 괴사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경남 합천 출신인 부모님이 일제 수탈을 견디다 못해 히로시마로 건너가 일할 때 원자폭탄이 터졌거든요.” 한 씨가 피폭 2세에 대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다 숨진 피폭 2세 고(故) 김형률(1970~2005년) 씨를 찾아간 이유다. “그때 부산과 경남에서 만난 2세 중 상당수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어요. 나처럼 근골격계 환자는 물론 폐 질환자도 상당수였습니다. 나와 아들의 건강 문제가 원자폭탄 때문이라는 확신도 커졌습니다.”

국제신문은 한 씨와 같은 피폭 2세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 후손회 회원 540명(남성332명·여성208명)의 신상카드를 입수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절반이 훌쩍 넘는 287명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달고 살았다. 25.7%(74명)는 뼈나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녹색병원 박찬호 사무처장은 “피폭 되면 체내 산소와 수소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런 현상이 류머티스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으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뒤 이어 ▷피부병(아토피 등) 19.1% ▷기관지 질병(천식 등) 12.5% ▷방사성 물질 노출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갑상선 환자 7.6% ▷고혈압(4.44%) ▷뇌 질환(1.85%) 순이었다. 국제신문 분석 결과는 인권위가 김형률의 요구로 2005년 시행한 ‘원폭 피해자 2세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인권위가 대규모 조사에 앞서 47명의 피폭자 2세들을 인터뷰했더니 근골격계 질환(38.3%) 피부질환(19.1%) 정신질환(10.6%) 순으로 병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우리 정부는 피폭 2세의 질병이 부모(피폭자)로부터 ‘대물림’ 됐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의학적 진실 규명 없이 ‘피폭 영향의 유전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광복 75년인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피폭 후손(2·3세)의 유전체 검사를 한양대병원에 의뢰(5년 사업)했다. 류병문 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장은 “피폭 2세들의 존재 자체가 유전성을 증명한다. 만성 질환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피폭 2·3세들을 위해 정부가 ‘선지원 후입증’을 검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6일은 원자폭탄 투하 76년이 되는 날이다.

김준용 기자 박채은 김수아 인턴기자


 원폭피해자 2세 주요 질환

국제신문 (2021년)

질환

국가인권위(2005년)

25.7%

근골격계질환

38.3%

19.1%

피부질환

19.1%

12.5%

기관지질환

 

 

정신질환

10.6%

※자료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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