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이버 사이에서 새로운 레저활동으로 인기를 끄는 ‘해루질’을 두고 부산 가덕도의 한 항구가 몸살을 앓는다. 해루질 논란은 제주도 등 타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강서구 가덕도 동선어촌계 주민에 따르면 약 4년 전부터 이곳에 많은 다이버가 몰려 여름철 일몰 이후 동선항부터 인근 해상까지 해루질을 한다. 해루질은 원래 얕은 바다와 갯벌에서 맨손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간단한 스노클 장비를 갖추고 어로 행위를 하는 레저활동도 포함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어민들은 이들이 어업 면허권이 설정된 지역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동선항부터 가덕도 기도원 앞 해상 약 350㏊ 구역은 동선어촌계 소속 95명의 어민에게 면허권이 있다. 해당 구역에는 수산자원연구소에서 방류해 자란 부산 청게, 어촌계에서 양식 목적으로 방류한 전복 종자 등이 서식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 법상 문어·게 등 움직이는 수산물은 자연 채취할 수 있지만, 양식을 목적으로 기르는 종자 패류 등은 가져갈 수 없다. 수상레저 법상 맨손으로 하는 어로 행위가 아니라 산소통과 납, 작살 등을 갖춘 경우에도 어업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행위로 단속할 수 있다.

어민들은 다이버들이 주로 심야 시간대 최대 20명까지 함께 해루질에 나서 피해가 크다고 호소한다. 어촌계 관계자는 “새벽 시간에는 횟집에서 쓰는 물차까지 동원해 대량으로 잡아가는 데 우리가 24시간 지킬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들의 해루질에 위반사항이 없어 단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해경은 특정 해상 구역을 지속해서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어민과 다이버 간 갈등이 벌어지면 양측을 계도하는 선에서 처리한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현장에 출동하는데 지금까지 해당 지역에서는 해루질 다이버들이 법에 저촉되는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고, 자연산 수산물을 채취하는 것으로 확인해 적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루질을 둘러싼 갈등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다. 제주도는 지난 4월 ‘비어업인 및 맨손어업인에 대한 수산 동·식물 포획·채취의 제한 및 조건’을 고시해 야간 해루질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단속반도 운영한다. 밤에 해안가에서 조그마한 수산물이라도 채취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제주도 내 해루질 동호인들이 고시 폐지를 요구하면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재하는 등 집단 반발하는 상황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