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토양 오염 별일 아니라는 공무원…파 보고 얘기합시다 /신심범

시민공원 기름오염 취재 당시 부산진구 “시공사 실수” 언급

최근 폐유 범벅 드러났는데도 市 대책은 고작 육안조사 계획…시민은 납득할 만한 검사 원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서 기름 오염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 취재했던 부산진구 직원의 대답을 기억한다. “시공사가 공사하다 기름을 흘린 걸 수도 있죠.”

시민공원은 과거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한 기지였다. 50년가량 미군의 폐유에 찌든 탓에 많은 돈을 들여 땅을 정화해야 했다. 그런 곳에서 또다시 기준치 이상의 오염이 검출됐다. 이런 사실을 짚으며 던진 질문이 그에겐 호들갑스럽게 느껴진 모양이다. 언론의 유난스러운 ‘습성’을 잘 안다는 듯, 그는 최종 결과가 다 나오기 전까진 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 직원이 제기했던 가능성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기름 오염이 처음 확인된 건 지난 4월 6일이다. 시공사가 건축 첫 단계인 터파기 공사를 막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이었다. 게다가 기름 오염은 주로 시공사가 아무런 작업도 벌이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을 분석한 대학 기관의 한 박사도 “이제 막 땅 파던 시공사 장비에서 기름이 흘렀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토양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가 나온 뒤 부산시가 내놓은 대책은 대단히 부실했다. 육안적·후각적 방식으로, 다시 말해 ‘눈과 코’로 시민공원 부지 전반에 1차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에 시는 대충 한번 살펴보겠다는 대답을 한 셈이다.

“문제가 있는 지점을 선별하는 1차 조사를 해보겠다는 거다. 아무 데나 뚫는다고 기름이 나오는 게 아니다. 추가 조사해봤자 오염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걸 알지 않느냐.”

시의 항변은 부산진구청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직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이런 태도는 ‘별일 아니다, 더 해봐야 별 거 없다’고 믿고 싶은 자기방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시민공원 기름 오염 사태는 국제신문 보도(지난 5월 5일 자 1면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지난 19일 두 달간의 조사·분석 끝에 잔류 오염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토양 오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원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부산시의회의 목소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시민공원은 매년 800만 명의 시민이 찾는 부산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그에 앞서 100년간 일제와 미군이 점유해온 땅을 되찾아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긍지가 담긴 땅이다. 시민의 건강과 자긍심이라는 실질적·상징적 문제가 함께 걸려 있다. 오염이 남아 있어선 안 된다.

공직사회가 내세우는 ‘믿음의 행정’에 고개를 끄덕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민을 납득시키려면 제대로 해보고 난 뒤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행보대로라면, 시민은 그간 공직사회가 보여준 복지부동의 습성이 재현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회1부 met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2. 2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3. 3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4. 4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5. 5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6. 6일본·독일 출자 스타트업, 2025년부터 차세대 반고체 배터리 공급
  7. 7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8. 8대동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성과 평가 A등급 획득
  9. 9정부, 美 IRA 우려기업 발표에 긴급회의…"영향 면밀 분석"
  10. 10해경 부산항공대 대형헬기, 방공식별구역 밖 응급환자 병원 이송
  1. 1尹, 자승스님 분향소 찾아 조문 "큰 스님 오래 기억하겠다"
  2. 2文 이성윤 검사 신간 추천에 與 "선거공작 사죄부터"
  3. 3엑스포 유치전 뛴 부산인사들 향후 거취는…
  4. 4인요한 최후통첩 “저를 공관위원장으로”…김기현 즉각 거절
  5. 5尹 노란봉투법 방송3법 거부권 행사…임기 중 세 번째
  6. 6당정 부산민심 달래기 “현안사업 차질없게 추진”(종합)
  7. 7野 주도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두 번째
  8. 8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 직전 전격 사의 표명
  9. 9노란봉투법, 방송3법 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
  10. 10부산시선관위, 내년 4월 총선 선거비용제한액 발표
  1. 1中 지분 25% 넘는 기업, 美 전기차 보조금서 제외…K-배터리 촉각
  2. 2국내 휘발유·경유 8주 연속 하락…OPEC+ 감산 영향 촉각
  3. 3정부, 美 IRA 우려기업 발표에 긴급회의…"영향 면밀 분석"
  4. 4서면 NC백화점 9년 만에 문 닫는다…그 자리 46층 높이 4개 동 주상복합 추진
  5. 5소주 가격 낮춘다…정부, 국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
  6. 6다리 길~어 보이는 숏패딩, 올 겨울엔 ‘푸퍼 스타일’
  7. 7정부 "주요 김장재료 가격, 지난해보다 평균 10% 하락"
  8. 8식지 않는 글로벌 K-푸드 열풍…라면·김 수출 사상 최고 찍었다
  9. 9목발 투혼 최태원 “좋은 소식 못 전해 죄송”
  10. 10저성장 굳어지나…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2.1%로 낮췄다(종합)
  1. 1심리지배가 부른 '거제 옥포항 변사사고', 가스라이팅 범죄 인정될까
  2. 2어머니 이름 도용해 빌린 돈 도박에 탕진한 아들… 징역 1년 선고
  3. 3양산시 물금읍 아파트 1층 화재…2명 화상, 20명 대피
  4. 4부산, 울산, 경남 동쪽 대기 매우 건조… 아침 기온 영하권
  5. 5해경 부산항공대 대형헬기, 방공식별구역 밖 응급환자 병원 이송
  6. 6엑스포 날개 꺾여도…가덕신공항 속도 낸다
  7. 7“사랑하는 엄마 아빠, 슬퍼말아요” 그림으로 되살린 故황예서 양
  8. 8근속수당 1만 원 인상 요구에 직장폐쇄…의료기기 공장 노사 마찰
  9. 9[카드뉴스]똑똑한 사람은 다 챙기는 2024년 혜택
  10. 10부전도서관 개발 12년 표류…이번엔 활용법 결론 낼까
  1. 1부산 아이파크 승강 PO 상대 2일 수원서 결정
  2. 2“건강수명 근육량이 결정…운동해 면역력 키워야”
  3. 3BNK도 극적 연패 탈출…서로를 응원하는 부산 농구남매
  4. 42030년·203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프랑스 알프스·미국 솔트레이크 확정
  5. 5박효준 빅리거의 꿈 포기 않는다
  6. 6우즈 7개월 만에 공식경기…캐디 누가 맡나
  7. 7류현진 연봉 103억원에 캔자스행 유력
  8. 8정용환 장학회 올해도 축구 꿈나무 14명 후원
  9. 9울산, '파크골프장계 8학군' 변신 시도
  10. 10허재 두 아들 형제매치 & 신·구 연고구단 부산매치
우리은행
사진가 김홍희의 Korea Now
아이 손 꼭 잡은 아빠처럼…부산의 미래 잡아줄 이 누구인가
위기가정 긴급 지원
딸 학교폭력 피할 새 보금자리 입주비 필요
  • 제25회 부산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