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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3 <5>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계속하는 것이 힘 … ‘기생충’은 女영화인 외길 30년의 기적”

  •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   입력 : 2021-07-25 19:29:03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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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대 국문 전공 살려 출판사 다니다
- 영화전문잡지 ‘키노’ 창간멤버로 합류
- 오빠 곽경택 감독처럼 영화 인연 맺어

- 영역 넓혀 홍보대행사로 자리 옮긴 뒤
- ‘해피엔드’‘우행시’ 등 작품 맡아 성공
- 충무로 대표 여성 영화인으로 맹활약

- 제작사 대표로 대박 터뜨린 ‘기생충’
- “연출은 감독에, 연기는 배우에 일임
- 제작자는 그저 좋은 환경 만들 뿐
- 육아 병행하며 현장 남기 너무 힘들어
- 女후배 롤모델 ‘길게 가는 선배’될 것”

“오스카 작품상은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53) 대표는 “할리우드 원로배우 제인 폰다가 ‘작품상 수상작은 패러사이트’라고 하자 LA 돌비극장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진짜 이런 일이 오는구나”라고 회상했다. ‘제작자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감독이랑 배우·스태프들이 다 했다. 저는 그냥 좋은 사람들 만나 잘 보고, 잘 듣기만 했다”고 쑥스럽게 답했다. 영화 제작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곽 대표는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계속하라. 영화 ‘잉투기’의 대사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처럼. 고비가 찾아오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기회’ 라고 뒤집어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영화 ‘기생충’ 제작진. 왼쪽부터 송강호, 봉준호 감독,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이정은, 작가 한진원.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이야기를 좋아했던 국문학도

부산에서 나고 자란 곽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로 유명한 오빠 곽경택 감독, 동생 곽규택 변호사와 집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을 즐겨 읽고 직접 수필을 쓰기도 한 곽 대표는 동아대 국문학과로 진학 후 진로를 출판업으로 정한다. 신문방송학과의 광고론 수업은 탐색의 과정 중 하나였다. “대중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서울의 한 출판기획사에 취직한 이유다. 그의 첫 업무는 외주 출판물 기획·제작. 작가 섭외는 물론 인쇄 골목을 돌아다니며 인쇄 공정을 확인해 완성된 책을 입고시켰다.

1992년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회사 선배들이 드라마 외주제작사로 이직하면서 곽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당시는 SBS 개국에 발 맞춰 콘텐츠 외주 제작사가 하나 둘 생겨나던 시기. “이직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책’에서 ‘드라마’로 바뀌었으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태도를 형성시켜준 기자 생활

   
영화 ‘기생충’ 제작을 맡았던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30년 가까운 자신의 영화업계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 PD
곽 대표가 근무하던 제작사는 젊은 영화인들의 아지트 역할도 했다. 어느 날 정성일 영화 평론가가 그에게 또 하나의 제안을 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KINO)’를 창간할 계획인데 합류하면 어떻겠느냐는 것. 곽 대표가 “영화를 잘 모른다”고 하자 정 평론가는 “배우면 된다”고 했다. 키노 창간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곽 대표는 영화 공부를 위해 유럽행을 택했다. “런던·파리·베를린을 돌며 3달 동안 200편이 넘는 고전 명작을 봤어요. 자막을 이해하기 어려워 이미지에 집중했습니다. 오직 나와 영화, 단 둘밖에 없었던 시기였어요. 그때 영화에 대한 제 시각과 태도가 형성됐습니다.”

곽 대표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3년 동안 영화 공부와 기사 작성을 병행했지만 한계가 찾아왔다. 곽 대표는 그 때를 “배터리가 0%로 방전된 상태였다. 견딜 수 없어 사표를 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영화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 마침 영화 홍보대행사를 준비 중이던 김조광수 감독의 제안으로 ‘바른생활’을 함께 만들어 공동대표로 일했다. 1999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엔딩 크레딧에 곽 대표의 이름이 처음 새겨졌다. 최민식·전도연이 주연한 ‘해피엔드’는 그 해 한국영화 흥행 4위를 기록했다. “기자는 만들어진 영화를 이야기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을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어요.”

■칸·오스카를 동시 석권하다

   
영화 ‘기생충’ 촬영 전 고사를 지내는 곽신애 대표.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02년 청년필름을 나온 곽 대표는 2003년 LJ필름의 기획·마케팅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여자 정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규모는 작아도 독창적인 작품의 마케팅을 주로 맡았다. 활동 영역도 한 발씩 넓혔다. ‘모던보이’ 공동 PD를 경험하고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을 거쳐, 2013년에는 바른손필름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제작자 경력이 없어 처음엔 대표직을 망설였어요.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해보자’ 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과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 제작을 맡은 곽 대표는 2015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트리트먼트(전체 내용 요약)를 처음 보게 된다. “스토리나 중심인물이 너무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4년 뒤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오스카 캠페인 당시 곽 대표는 “영화와 봉준호 감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처음부터 오스카 수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보이지 않는 선’을 뚫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습니다.”

그에게 제작자의 역할을 물었다. “특별히 정해진 게 없어요. 연출은 감독이 하고, 연기는 배우가 하니까요. 좋은 제작자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때로는 감독과 관객의 중간에 서서 영화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작품 선정 기준은 어떨까. “감독의 전작을 먼저 봐요. ‘저 감독님이랑 일하면 참 좋겠다’는 기분이 들면 OK입니다. 그 다음엔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까를 살핍니다.”

영화 기자부터 홍보·마케팅을 거쳐 제작까지 30년 가까이 영화인으로 활동한 그의 목표는 “최대한 현역으로 오랫동안 남아 나의 몫을 해내는 것”이다. “후배들이 종종 ‘영화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오랫동안 현장에 남아있는 여성 영화인이 너무 적다. 선배가 버티는 시간이 후배들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60살까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되죠. 길게 가자!”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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