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평가 폐지’ 요구 교수 1인 시위
- 재학생들도 취업 유불리 놓고 격론

부산대가 10년 넘게 시행한 상대평가 위주의 학점 평가방식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학본부가 상대평가 학점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직 교수가 상대평가 폐지를 요구하며 본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평가 방식 변화는 취업 등 사회활동에서 주요 지표가 되는 ‘졸업 평점’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구성원의 관심이 뜨겁다.

	부산대 심리학과 이동훈 교수가 지난 25일 대학본관 앞에서 학점 상대평가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

부산대 교육혁신처는 학점 평가방식을 변경하기 위한 1차 검토안을 모든 학과에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상대평가 수업에서 부여할 수 있는 A, B 학점 비율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검토안의 핵심이다. 2005년부터 학점 상대평가를 도입한 부산대는 일부 교양필수 등 과목을 제외하고 분반별 A, B학점 부여 비율을 70%로 제한했다. 이 중에서도 상위 30%만 A 학점(A+, Ao)을 받고 나머지는 B 학점을 부여받는 구조다.

검토안은 A·B학점 비율을 도합 70%는 유지하되, 이 가운데 A 학점과 B 학점 비율은 담당 교수가 재량에 따라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방식과는 달리 상위 40%에게 A 학점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부산대 양임정 교육혁신처장(물리학과 교수)은 “상대평가 도입 이후 15년간 학내 환경이 크게 변했고, 교수와 학생 모두 평가 방안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혁신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검토안을 보완하고, 내년 1월부터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심리학과 이동훈 교수는 지난 24일부터 본관 건물 앞에서 상대평가 폐지를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국립대 교수가 전면적인 상대평가 폐지를 주장하며 학내 시위에 나선 것은 드문 사례다. 그가 든 피켓에는 ‘학생의 등급을 매길 수 없으며 답은 교과서가 아닌 학생 머릿속에 있다’는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상대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수가 제시한 ‘정답’을 학생이 좋은 학점을 위해 이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평가 구조에는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위 현장 및 온라인을 통해 받은 부산대 구성원 동의서를 대학본부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위 현장을 찾은 차정인 총장은 “평가 방식 전환은 중차대한 문제로 적극적인 의견 표출은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인다. 다만 합당한 근거와 분석도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에서도 재학생 간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평가 방식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절대평가가 확대됐을 때 ‘취업시장’에서 부산대 졸업생의 학점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대 총학생회 정권 교육정책국장은 “현행 평가 방식이 학생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평가방식 전환 논의에 재학생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