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市 방역협조 요청에
- 미군, 부산 방문제한 명령
- 소령 이하는 승인 받아야
반복되는 주한미군의 ‘해수욕장 난동’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5월 30일 메모리얼 데이와 7월 4일 독립기념일 등 미국 휴일마다 미군과 외국인의 난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이번에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전국의 모든 미군 부대에 다음 달 4일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동안 부산 방문을 제한하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소령 이하 계급의 모든 미군이 부산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또 미군은 외출 전 우리 정부의 방역지침 상황과 해운대구의 행정명령, 해수욕장 내 금지행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다. 최근 미국 연휴 때마다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난동이 벌어진 데 대한 조처다.
주한미군의 해수욕장 난동은 매년 미국 연휴 때마다 벌어져 고착화될 우려마저 있었다. 지난해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미군 수십 명이 해운대 구남로 일대에서 폭죽 수십 발을 터트려 70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중 미군 1명은 시민을 향해 폭죽을 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도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미군과 외국인 등 2000여 명이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노마스크로 폭죽을 터트리고 술판을 벌이면서 방역수칙 위반으로 210여 건이 단속됐다.
그러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시민에게 폭죽을 쏜 미군은 경범죄로 범칙금 5만 원에 그쳤고, 지난 5월 방역수칙 위반은 계도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미군 처벌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SOFA에 따르면 살인 강간 폭행·상해치사 등 적시된 12가지 중대 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한국 경찰이 미군을 구금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 과태료 부과를 위한 신분 확인도 미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난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군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결국 정부와 부산시가 직접 나섰다. 지난 9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미군의 방역 위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시도 주부산미국영사관을 통해 미군에 방역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오는 25일 미군 탈선 방지를 위한 범정부 TF 회의를 개최한다.
경찰과 지자체도 보조를 맞췄다. 김영일 해운대경찰서장은 지난 8일과 18일 두 차례 미군 관계자와 만나 헌병대 증원 등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해운대구도 한미연합사령관과 미 군사경찰대 등에 방역수칙 준수 협조 공문을 보내며 미군을 압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와 경찰, 지자체의 지속된 요청으로 미군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전과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 지휘부도 상황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의 우려를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이준영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