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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일 ‘게이 거리’ 자리 사라지나

부산 동구 범일일길 재개발에 포함

가라오케 오뎅바 등 업소 30곳

재개발 진행에 따라 폐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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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일의 ‘게이(동성애자) 거리’가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주변의 눈치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게 해줬던 그들만의 해방구가 사라지는 셈이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범일동 ‘범일일길’ 일대는 범일2구역주택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의 1356세대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2005년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9년 12월 토지 등 소유자 75%의 동의를 얻어 조합이 설립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지난 3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등 현재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가가 나면, 일대 이주·철거는 시간문제다.

재개발이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범일일길은 부산 유일의 ‘게이 거리’가 형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가라오케·오뎅바 등의 업소 30곳 이상이 영업 중이다. 업소 대부분이 출입문에 ‘멤버십’이란 안내판을 붙여놨는데,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용도일 뿐 실제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한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상태다.

이곳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곳 종사자와 지역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부산지역 게이들은 과거 부산 대표 극장인 삼성극장(2011년 폐업)·보림극장(2007년 폐업) 등을 주된 만남의 장소로 삼았다. 최초 이들 극장 근처에서 영업했던 가게들이 극장 폐업 등을 이유로 점차 인근의 월세가 싼 가게로 옮겨가면서 현 위치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타지의 게이도 이곳을 즐겨 찾는다. 부산과 서울 같은 대도시 외에는 이런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말마다 한 가게당 30~40명, 많게는 100명씩 모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바를 운영하는 A 씨는 “업소 사장들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사실이다”며 “서울 종로구 익선동도 게이 바 밀집지인데, 임대료가 폭등해 관악구 신림동으로 대거 이주했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단골 B 씨는 “스마트폰 앱이 생겨 만남은 쉬워졌지만, 주변 시선에 상관없이 맘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곳 같은 장소는 여전히 중요하다. 없어진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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