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 시·도 기득권 다 내려놓고
- 행정통합으로 시너지 창출해야

- 나눔의 미학으로 분권 접근을
- 대통령·총리 권력 분담도 필요

- 거점 대학 간 학과 중복 피하고
- 내부 혁신 통한 新 육성법 필요

-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 앞당겨
-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해야 성공

헌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서울대 전 총장)는 수도권 초집중화 및 국가균형발전 문제와 관련,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가 대통합의 길로 나가는 것이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또 지역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코페르니쿠적인 대전환과 내부 혁신이 절실하고, 분권 개헌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0주년 명사초청포럼에 참석한 원우와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성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0주년 명사초청포럼’ 강연에 앞서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부울경이 모두 800만 명 정도이면 그 인구수로서는 경기도나 서울이 부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3개 지역을 하나로 합쳐서(행정통합으로) 큰 그릇을 만들고, ‘거대 부울경’으로 각 분야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울경이 각자 가진 것(기득권)을 내놓지 않거나 서로 자치단체장 자리에 연연해서는 살길이 없고, 중앙정부를 설득하기도 힘들 거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산업단지를 사례로 들었다. “부울경이 (경쟁하듯이) 따로따로 조성할 필요 없이 한 군데에서 추진해 강력히 지원하면 산단도 살고 젊은이들도 그곳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니까 지역 젊은이들이 수도권 쪽으로 몰려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연하는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서정빈 기자

그는 또 “지역의 핵심 대학인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이 올해 입학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것 아니냐. 이대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전환과 내부 혁신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처럼 50개, 100개씩 학과를 두거나 모든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가진 곳은 찾기 어렵다. (학과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소화가 잘 안 되는 게 아니냐. 지금 배탈이 나 있다. 이들 학과 중 취직이 잘 되는 곳은 절반도 안 될 것이다. 이제는 학생 수요에 맞게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들 사이의 전문화와 특화 육성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부산대에 있는 ‘과’는 경북대에 따로 두지 않고, 반대로 경북대에 있는 ‘과’는 부산대에 따로 설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복을 최대한 피하자는 의미다.

분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 역사에서 민주화와 산업화가 한 세대 안에, 그리고 최단 기간 내 동시에 실현된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어려웠겠나. 오늘날의 갈등과 분쟁이 다 여기에서 싹을 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미학이란 표현을 썼다. “정치 권력을 혼자 다 먹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간 역대 대통령 중 탈이 나지 않은 사람이 없지 않으냐. 권력을 어떻게든 서로 나눌 수 있도록 그 길을 터야 한다. 나눔으로써 아름다운 것이다. 설령 실천을 완전히 못한다 해도 그런 인식이라도 가질 때 나라가 제대로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 한 명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심각하니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통령과 총리를 중심으로 권력을 나누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꼽았다. 시대적 화두인 공정 또한 나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의 명언을 거론하며 “자기 몸에 맞는 정도만 먹으면 된다. 각자가 자기 몸과 직분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또 세계적인 트렌드를 사례로 설명했다. 즉 ‘정보화 세계화 분권화 ’ 세 가지가 핵심인데, 이것들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지방분권이 강조되면서 자치단체의 조례를 법률적 수준으로까지 격상시키는 데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연방국가가 아닌 단일국가인 만큼, 각 자치단체가 법률 비슷한 것을 따로따로 만들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부울경 대통합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 즉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화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쉽게 말해 ‘인간의 삶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옛날과 같은 행태가 안 나온다. 따라서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역사를 보면 1, 2차 산업혁명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권을 잃었다. 그런데 3차 산업혁명, 즉 컴퓨터·인터넷 혁명에서 우리가 결정적으로 성공해 이렇게 성장하게 됐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가장 먼저 깔린 것인데, 그것은 우리나라 국토 및 인구 규모가 가장 적합했던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3차 산업혁명 때 우리가 치고 올라가면서 전기전자 컴퓨터산업이 세계적 수준이 됐다는 얘기다.

성 명예교수는 “사실 그간 4차 산업혁명이 과연 무엇이고, 그것이 인터넷 시대와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비대면 언택트 AI(인공지능)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바로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기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시영 선임기자

◇ 국제아카데미 10년 발자취 2011년 8월 17일  부·울·경 정치아카데미 개원. 1기 개강 2012년 12월 10일 총원우회 초대 회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취임 2015년 4월 13일  총원우회 2대 회장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이사 취임 2015년 9월 16일 국제 부울경 아카데미로 명칭 변경. 총 원우 1000명 돌파 2016년 4월 20일 총원우회 3대 회장 강의구 부산영사단장 취임 2017년 3월 15일  국제아카데미로 명칭 변경 2018년 4월 25일  총원우회 4대 회장 박명진 ㈜고려개발 회장 취임 2019년 3월 6일 6개월 과정에서 1년 과정으로 전환. 총 원우 2000명 돌파 2020년 6월 11일 총원우회 5대 회장 최용석 ㈜골든블루 부회장 취임 2021년 4월 14일 국제아카데미 18기 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