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백신 휴가 권고에도 노동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이 보장되지 않아 휴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휴가 2일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민간에 백신 접종 당일 공가나 유급휴가를 쓰도록 권유했다. 이상 반응을 보일 때는 의사 소견 없이 다음날 하루 휴가를 허용하고, 증상이 지속하면 계속해서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의 권고가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밝힌 사례를 보면, 12시간 근무 후 교대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한 아파트 경비원은 업체가 ‘근무가 끝난 뒤에 접종하라’고 강제해 백신 접종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접종 전 몸 상태도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 무시된 것이다.

부산의 한 법원의 재판업무 담당자는 백신 접종 후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재판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휴가를 쓰지 못했다.

한 사립대 청소 업체는 노동자들의 유급휴가 허용을 거부하고 개인의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일반휴가 사용 예정일 전날에 백신을 맞거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접종할 것을 권장한 회사도 있었다. 전일 유급휴가 대신 4시간 ‘반차’만 허락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은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 1일씩 유급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자가 건강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