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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 월드<2> 동굴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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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바닷속 탐험

몰디브로 향하는 리브어보드 (Live-aboard·배에서 숙식하며 스쿠버 다이빙을 진행하는 방식) 갑판에 스쿠버 다이버들이 둘러앉았다. 노르웨이에서 온 다이버는 자신을 극지 다이버(Polar Diver)라고 소개했다. 유빙이 둥둥 떠다니는 얼음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짜릿함은 듣기만 해도 드라마틱했다. 옆자리 미국인은 수심 100m 잠수 기록을 가진 테크니컬 다이버(Technical Diver)였다. 그는 혼합기체를 사용하는 대심도 다이빙이 가져다 주는 압박감과 세 개의 혼합기체 탱크를 컨트롤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를 늘어놓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다이버의 묵직한 저음이 밤공기를 갈랐다.

“I’m Cave Diver ”

갑판 위는 경외감 속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동굴 다이빙,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진행되는 스쿠버 다이빙은 모든 다이빙 기술의 정점에 있는 최고 난도 다이빙이기 때문이다.

동굴 다이빙(Cave diving)은 지하, 해저, 산호초, 빙하 등 물에 잠겨 있는 동굴 속에서 진행하는 다이빙을 말한다. 사용하는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문적인 스쿠버 장비와 주호흡기 외에 독립된 별개의 호흡기, 강력한 라이트 1개와 보조랜턴 2개가 필수적이다. 동굴 바닥 면이나 천장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한 부력 조절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핀 킥 테크닉, 감압계획, 공기통 속의 공기 성분 조절 능력, 배터리 계획과 비상시 탈출 계획, 나침반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고립 시 생존대책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황장애가 있거나,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동굴다이빙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는 화석이 되어 몇 백만 년을 동굴 속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빛의 흔적이 완벽하게 사라진 암흑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동굴 중에는 사람 몸 하나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도 있지만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확보된 곳도 있다. 길이 또한 몇 m에서 몇 ㎞에 달하기도 하고, 방향은 앞으로 진행하는 듯한데 점점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동굴 구조도 있으며, 진행 중 여러 개의 갈림길을 만나 선택 장애를 겪기도 한다. 동굴로 들어서기 전에 ‘좌, 우’ 방향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메모판에 기록도 해두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확신이 무뎌지기도 한다.

동굴 내부에 부유물이 많으면 랜턴 빛이 산란되어 주변을 전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고운 석회 가루가 침전된 석회동굴의 경우 바닥 면에 조금이라도 몸이 닿으면 침전물이 부옇게 일어나기에 더욱 절제된 움직임이 요구된다. 그래서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다이버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극지방의 빙하나 빙산에 있는 얼음 동굴은 얼음이 부분적으로 녹거나 크랙이 발생하면서 동굴 구조가 만들어진다. 얼음 동굴은 균열이나 팽창이 수시로 발생하므로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도 남극에서 빙산 탐사 중 빙산 바닥 면에 사람 몸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했었다. 진입은 가능할 정도의 크기였는데, 몸을 돌려 나올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굴다이빙의 가장 큰 공포는 동굴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 일반적인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면으로 상승하면 되지만 동굴 다이빙은 천장이 막혀서 상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기통 속에 남아 있는 공기 양은 간당간당한데 동굴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공포다. 특히 수심이 깊은 곳에 뚫려 있는 동굴 중에는 아래로 끌어당기는 지하수의 흐름이 발생하는 곳도 있다.

여러 가지 제약과 위험이 따르지만 동굴 다이빙을 즐기는 것은 끝도 없을 것 같은 동굴 속에서 어슴푸레 투영되는 푸른빛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감동 때문이다. 암흑 속에서 만나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동굴은 지구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동굴 안에는 많은 화석과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 창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기에 성취감 또한 대단하다. 동굴다이버들은 처음 동굴을 탐험하고 입구와 출구를 개척한 선배 다이버의 영웅적 모험심을 존경한다. 그들의 대담한 노력 덕에 뒤따르는 사람은 동굴 구조를 알 수 있고 탐사 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동굴(수중동굴을 포함)은 매장 문화재로 간주해 관할 기관의 허가가 있어야만 탐사가 가능하다.

●팔라우 블랙홀

세계적인 동굴 다이빙 포인트라면 미국 플로리다 해변과 멕시코 칸쿤 지역이 꼽힌다.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는 곳으로는 팔라우 블랙홀(Black hole)이 대표적이다. 블랙홀로 들어가는 입구는 블루홀(Blue hall)이라 불리는 수심 30m에 이르는 수직 동굴 바닥면에 있다. 쉽게 설명하면 30m 수심의 블루홀이라는 동굴 바닥에 블랙홀로 이어지는 작은 틈이 있는 구조이다. 멋모르고 블랙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다이버들로 인해 블랙홀은 ‘죽음의 동굴’ 또는 ‘저승으로 통하는 창’이라 불리기도 한다. 블랙홀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지만 동굴 안은 상당히 넓다. 블랙홀 바닥 면의 수심은 42m이며 총 연장 길이는 100m에 이른다.

필자는 팔라우를 찾을 때마다 블랙홀 속에서 암흑 세상이 전해주는 긴장감을 즐기곤 한다. 블랙홀 안을 랜턴으로 비추면 기기묘묘한 동굴 구조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에는 바다거북 뼈가 흩어져 있다. 현지 가이드들은 블랙홀 안으로 들어온 바다거북이 출구를 찾지 못해 질식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2006년과 2008년 블랙홀을 찾았을 때 두 군데서 발견되던 뼈 무더기가 2018년 탐사할 때는 세 곳으로 늘었다. 물론 블랙홀 전체를 둘러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많은 바다 동물이 죽은 흔적이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진행하다 보면 멀리서 희미한 푸른빛이 보인다. 푸른빛은 다가갈수록 점점 선명해지며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어떻게 보면 모든 동굴은 입구의 검은 창과 출구의 푸른 창으로 이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보는 방향에 따라 검은 창이 푸른 창이 될 수 있고 푸른 창이 검은 창이 될 수도 있다. 삶이란 어두운 동굴 속에서 헤매는 과정은 아닐까.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는 푸른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할 수 있지만 희망을 버린 사람은 검은 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글·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팔라우 블루홀은 수심 5m 지점 바닥면에 뚫려 있는 입구가 30m 깊이까지 연결되어 있다.




   
블루홀은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이다. 블루홀 다이빙이 중급 다이빙 코스라면, 블루홀 바닥에서 연결되는 블랙홀은 전문 교육을 받은 다이버만 출입이 가능하다.


   
블루홀 바닥면에 다다르면 작은 바위 틈이 보인다. 이 틈 속으로 들어서면 암흑의 동굴 블랙홀을 마주하게 된다.


   
블랙홀로 들어선 동굴 다이버들의 랜턴 빛이 사방을 훑고 있다. 랜턴은 동굴 다이빙의 필수 장비로 대개 3개를 준비해야 한다.




   
블랙홀 곳곳에는 이 곳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바다동물이 죽은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필리핀 세부섬 남단에 있는 페스카도르 섬에 있는 수중동굴은 동굴 내부에서 입구를 올려다 봤을 때 4개의 출입구가 해골 모양을 닮아 해골동굴이라 불린다.
   
블랙홀 입구가 검은창이라면, 100m 정도 진행한 후 맞닥뜨리는 출구는 푸른 창이다. 외부에서 은은하게 스며드는 푸른빛은 동굴 속에서 느끼는 희망의 빛처럼 청아하기만 하다.


   
동굴 다이버들이 동굴 속에 있는 에어포켓에서 호흡기를 벗은 채 동굴 속 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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