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6> 스물과 스몰 : 20세 때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5-31 19:30:0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잘 쓰이지 않는 숫자로 ‘卄’이라는 한자가 있다. 스물 입 자다. 일십의 두 배인 이십을 ‘입’이라고 발음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같다. 열 십(十)을 나란히 배치했다. 로마 숫자로 십은 ‘Ⅹ’인데 이십을 ‘ⅩⅩ’으로 쓰는 것과 똑같다. 가장 보편적 진법(進法)인 십진법에서 ‘十’은 꽉 찬 숫자인데 그 배인 ‘卄’은 곱빼기로 꽉 차있으니 더욱 완전한 숫자다. 그래서 우리는 스무 고개를 넘듯이 20개 질문을 던지면서 범위를 좁히고 초점을 맞추어 문제를 맞혔나 보다.

   
아직은 작은 스몰 20세 나이 스물.
19 다음의 20인 입(卄)은 두 배로 꽉 차 있는 숫자처럼 들린다. 19금(禁) 제한도 꽉찰 만(滿)19세인 20세가 되면 풀린다. 20세 청춘은 청춘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청춘이다. 청춘 예찬은 20세 젊음에 대한 예찬이기 쉽다. 19세까지의 청춘이 덜 익은 풋풋한 연(軟)녹색 청춘이라면 20세부터의 청춘은 무르익은 진(津)녹색 청춘이다. 대개의 스포츠 기량은 20대에 절정을 이룬다. 전세계 대중음악은 온통 20대의 장이다. 20대는 남녀 모두 가장 강건하며 왕성한 나이다. 그 만큼 20은 완전한 숫자다.

그런데 20을 순우리말인 스물이라고 하면 어쩐지 느낌이 달라진다. 이십이 딱딱한 숫자로 들린다면 스물은 정다운 문자로 들린다. 왕년에 모 통신회사의 광고문구에서 ‘스무살의 TTL’이라고 했었는데 이를 ‘이십세의 TTL’이라고 하면 광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야릇한 느낌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스무살’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20세’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20년’이라는 가요가 있었는데 제목만으로는 느낌이 단언적이다. 가사에는 “커피를 알았고 낭만을 잡았던 스무살 시절에 나는 사랑했네…”라고 했으니 제목을 ‘스무살 인생’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스물, 스무살! 20, 20세로는 형언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주는 단어다. 그 미묘한 느낌은 스물이라는 낱말이 주는 특별한 감정 내지는 의미에서 오는 듯하다.

   
이십이 열보다 두 배나 성숙한 숫자라면 똑같은 뜻의 스물은 앞으로 전개될 숫자들에 비하여 부족한 숫자다. 그래서 20세는 어른이 되는 성숙한 나이지만 스물은 어린 어른(young adult)으로 아직은 미숙한 나이다. 당장 우리 자신의 스무살 때를 상기하면 수긍이 간다. 거의 누구나 나이 들수록 스무살 청춘은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돌아가고 싶지않은 고난의 시기다. 고난의 스물(smool) 때는 20년 인생 살아온 범위에서 아직은 생각이 스몰(small)할 때다. 물론 그 만큼 가능성은 더욱 넓게 열려 있다. 이제 어느 가능한 길로 들어서서 나이가 들면서 작았던 생각이 커지고 여물어간다. 40세는 두 번째 스물이고 60세는 세 번째 스물이라는 말처럼 스물은 스몰하지만 가장 아이디얼한 때다. 비록 고난의 시기이지만 삶에서 이상적 기준이 되는 스물인 것이다. 이 스무살 때를 잘 견디며 헤쳐 가려면 아무쪼록 방향을 잘 잡아야 하겠다. 이 인문생태학 칼럼도 큰 방향잡이가 되길 바란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7. 7“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8. 8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오늘 인사청문회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5. 5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7. 7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배우 강석우
주 13.7시간 노동의 덫
“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