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2년 전 관행 자정 캠페인
- 부산시, 46대 영업 정황 또 포착
- 행정처분 착수… 수위 올라갈 듯

한 택시업체가 수년간 도급택시를 운영한 정황을 확인한 부산시가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은 사람에게 일당을 받고 택시를 몰게 하는 도급택시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 업체는 2년 전 택시업계가 도급택시 문제를 시민에게 사과하는 등 자정을 약속한 이후에도 수상한 운행을 계속했다.

시는 A택시회사가 도급택시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하고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적발된 차량은 모두 46대로 A사가 운영하는 전체 택시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가 A사의 도급택시 운영 첩보를 입수한 건 지난해 5월이다. 시는 1년가량 조사를 통해 A사가 운행하지 않고 쉬는 차를 자격 없는 도급기사가 몰 수 있도록 해주고, 대가로 1인당 하루 4만5000~7만 원을 ‘사납금’처럼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택시 회사 정규사원(기사)에게는 고유번호와 아이디가 부여된다. 이 사번을 통해 요금 결제와 임금대장 등록 등 관리가 이뤄진다. 시는 택시에 배정된 기사에 대한 임금대장과 실제 해당 택시의 결제 기록·일자 등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등록된 승무일수보다 실제 영업일수가 더 많은 사례 등이 포착됐다. 시는 배정된 정규사원 이외에 또 다른 사람이 택시를 몰았고, 그 과정에서 대장과 일치하지 않는 결제 내역 등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 등 업체의 정식 관리를 받지 않는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는 시민 안전을 해칠 수 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 또한 ‘택시 운송사업자는 실질적으로 소속 택시 운수종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택시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급택시 운영 사실이 적발되면 행정적으로 감차 또는 사업면허 취소 등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특히 A사에 대해선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시는 도급택시를 운영한 택시업체 3곳을 적발해 처분(국제신문 2019년 10월 18일 자 8면 보도)했다. 당시 시는 사업면허 취소를 검토했지만, 택시업계가 대시민 사과와 함께 도급택시 운행 등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약속하자 감차와 보조금 중단으로 처분 수위를 낮췄다. 그런데 A사는 업계가 도급택시 근절을 약속하는 동안에도 뒤로는 도급택시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던 셈이다.

산별 택시노조의 한 활동가는 “도급택시는 정상적인 취업이 어려운 이들이 모는 게 일반적이다. 사고라도 나면 탑승자인 시민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2019년 10월 시는 도급택시를 운영한 3개 회사에 감차 처분을 내리며 ‘향후 도급택시 운영이 다시 적발되면 사업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