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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 진지한 스님은 옛말…급식 막히자 달걀 나눔도

오늘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부산 화제의 사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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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가 된 관음사, 무대가 된 운수사·백흥사

- 그림·음악 숨겨둔 끼 발휘해 신도와 소통
- 운곡, 선명서화 작품 법당 전시
- 범일·룡해, 기타연주 맞춰 노래

진지하고 근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스님들이 친근하고 정감 있는 모습으로 신도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림과 노래 등 숨겨둔 끼를 십분 발휘해 코로나19 여파로 지친 이에게 행복 에너지를 전해 불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 금정구 관음사 운곡(왼쪽) 스님과 백양산 운수사 범일 스님.
부산 금정구 구서동 을파소 관음사 운곡 스님은 19일 부처님오신날에 법당을 갤러리로 꾸며 ‘큐레이터 스님’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날 봉축법요식을 포함한 사시 예불을 마친 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법당을 찾는 신도들에게 ‘선명서화’ 미니 전시회를 선보인다. 선명서화는 법명이나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스님의 지혜나 가르침을 그림으로 표현한 선서화의 화법을 응용한 것이다.

평소에도 법당 한쪽을 갤러리로 운영했던 운곡스님은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최근 전시회 때 내놓은 작품 중 일부를 추가해 법당 전체를 갤러리로 꾸며 신도들을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운곡 스님은 “미천한 실력이지만 제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신도가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양산 운수사 범일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기타 치는 스님’이 돼 신도들을 만난다. 이날 오후 등불 채화 전 여가시간에 무대에 올라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러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할 예정이다. 범일 스님은 “악보는 볼 줄 모르나 음만 들으면 저절로 외워졌다. 기억을 토대로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노래까지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사하구 백흥사 룡해 스님.
사하구 백흥사 룡해 스님도 ‘기타 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불경시간만 되면 조는 신도들이 안타까워 직접 작곡한 노래로 신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30년간 직접 작사·작곡하며 만든 노래만 무려 3000여 곡에 이른다. 룡해 스님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으로 신도들을 즐겁게 할 계획이다.

룡해 스님은 “찾아오는 신도 수가 별로 없어 연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도 1명이라도 요청하면 기꺼이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2002년부터 무료 급식봉사 펼쳐온 혜일암

- 어르신들 좋아한 달걀에 응원의 마음 담아
- 코로나에 봉사활동 중단 1년째
- 취약층 위해 6000개 기부 온정

부산 금정구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혜일암 주지인 우신(오른쪽) 스님과 신도들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부산에서 20년 동안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온 작은 암자가 지역 노인과 취약 계층에 달걀 꾸러미를 전달했다. 급식 봉사가 1년 넘게 중단된 상황에서, 약소하나마 달걀을 전달받은 이들이 코로나19를 무사히 이겨내고 다시 급식소를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8일 금정구에 따르면 청룡노포동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혜일암은 지난 11일 지역 주민에게 달걀 200판(6000개)을 전달했다. 청룡노포동 인구는 지난달 기준 9880명이며, 이 가운데 2720명(28%)이 65세 이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혜일암의 달걀은 이들 중에서도 섭식 등 건강 관리에 유념해야 하는 주민에게 전달됐다.

혜일암은 이름만 대도 알 정도로 신도가 많거나 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사찰은 아니지만, 2002년 2월부터 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일주일에 2일 열리는 혜일암 무료 급식소는 비구니승으로 이 절의 주지인 우신 스님이 직접 장을 봐 정성껏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신 스님은 매번 급식 봉사를 진두지휘했고, 급식소가 열릴 때면 앙산이나 김해에서 온 이들까지 600, 700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한 끼 식사가 아쉬운 이들은 물론, 홀로 끼니를 때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급식소를 찾은 이들에게도 혜일암의 봉사자는 구분 없이 정성껏 밥상을 이바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엄습한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중단됐다.

급식소에서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던 혜일암은 올해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고픈 마음을 대신해 달걀을 전달하기로 했다. 우신 스님은 “급식 봉사를 하던 때 어른들이 즐겨 찾던 게 달걀 반찬이었다. 조리가 쉽고 몸에도 좋은 음식인데, 최근에는 달걀값이 크게 올라 이마저 마음 놓고 먹기 어려운 이들이 있을까 싶어 달걀을 준비했다”며 “급식 봉사에 나서지 못해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크다. 코로나19가 물러나고, 다시 급식소에서 건강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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