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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4> 십이와 열둘 ; 순환의 수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5-17 19:52:1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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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모양은 신통하게 바뀐다. 검은 밤하늘에 달이 안보이는 삭(朔 ●)으로부터 초승달→상현(上弦) 반달◐→보름달 망(望 ○)이 될 때까지 15일, 보름이 걸린다. 보름달로부터 하현(下弦) 반달◑→그믐달→삭이 될 때까지 15일이 걸린다. 달의 한 주기는 29~30일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간표가 달력이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 즉 해력인 양력이지만 달력은 말 그대로 한 달 두 달… 달의 력(曆)인 달력이다. 그런데 음력 달력만 쓰면 차질이 생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한 해는 양력 365일인데 비하여 음력으로 29~30일 주기의 열두 달은 354일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11일의 차이다. 그래서 19년에 일곱 번씩, 대충 3년이나 4년에 한 번씩 어느 연도에 윤월(閏月)을 두고 1년을 13개월로 하여 양력과 맞춘다.

365일 / 달의 한 순환 약 30일≒12 = 열둘
또한 음력 달력만으로는 농사와 관련된 일정 및 계절과 어긋나게 된다. 그래서 해력인 양력으로 설정한 입춘에서 대한까지의 24절기를 둔다.

이야기가 장황해졌다. 왜 한 해인 1년은 12달인지? 뻔한 질문에 깐깐하게 대답하려니 그리 되었다. 요약하자면 한 해 365일을 달 모양이 변하는 한 주기인 29~30일로 나눌 때 12라는 숫자가 가장 적당하게 나오기에 1년은 12달이 되었다. 만일 계산하기 좋게 10달로 하면 한 달이 36일이나 37일이 된다. 그리 되면 달 모양의 순환에 따른 음력과 맞지 않기에 12달로 정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1년을 12달로 정한 것은 달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해력이라 하지 않고 달력이라 한다.

결국 12라는 숫자는 한 해를 12개월로 나누어 얻어지는 순환(循環)의 숫자다. 순환의 숫자 12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의 결과다. 그래서 순환하는 시간을 오전 12시간, 오후 12시간으로 맞춘다. 10간과 한 세트인 12지,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인 열두 띠, 물병 물고기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사수 염소인 열두 별자리, 7음계에 반음 5개를 더한 12음계 등…

또 내가 미처 모르는 ‘십이=열두’ 순환이 있을 것이다. 12가 자연스러운 순환의 숫자이기에 12는 온전히 모두 다 갖추어진 숫자를 뜻하기도 한다. 그리스신화에선 올림포스 12신, 헤라클레스 12과업이 있다. 구약성경에선 야곱의 열두 아들, 이스라엘 십이지파가 있다. 신약성경에서도 예수님의 열두 제자다. 영국 전설에서도 아서왕과 12명의 원탁 기사다. 미국 영화에서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있다. 중국 무협소설에서도 굳이 12선인을 설정한다. 바비인형에서는 12명의 춤추는 공주가 있다. 브란도(Marlon Brando 1924~2004)는 10명의 여인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12명의 자식을 두었다던데 사실이라면 우연이었을까? 우주 순환의 완전수를 생각해 일부러 12에 맞추었을까? 그의 살아 생전에 꼭 여쭈었어야 했는데, 알 길이 없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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