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가 일자리가 없는 청년에게 가상의 회사를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선보인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대신 청년의 자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험적 사업이다.
8일 동구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지역 백수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 ‘이바구 컴퍼니’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동구에 거주하는 만 18세~39세 미취업 청년을 ‘사원’으로 채용한 뒤 이들에게 회사를 맡기는 프로젝트다.
참가자는 보통의 회사원처럼 보직과 명함을 받는다. 이들은 매일 동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부산본부에 마련된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 업무는 자율이다. 취업 공부를 하든 동료 회사원들과 여가를 즐기든, 일단은 회사원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이후 마음이 맞는 사원 등과 함께 회사 차원에서 시도해보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사업을 고민해 나간다. ‘사주’ 동구는 사원의 수요에 맞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한다. 동구가 사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년에게 모든 것이 맡겨진 상주공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다만 월급은 없다.
프로젝트는 청년 사업 대부분이 관(官) 주도로 진행된 탓에 경직되고 형식적인 지원이 주를 이뤄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청년이 프로젝트 자체를 주도하는 가상의 회사가 생긴다면, 이전 사업과는 달리 청년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찾아, 청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구는 회사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무직 청년은 다른 사원과의 연대 활동으로 소속감과 아이디어를 얻고, 궁극적으로는 ‘방구석 백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구 진순희 일자리창출계장은 “사원이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회사를 끌고 가도록 지켜볼 계획이다. 진척이 너무 더디다고 생각될 때만 우리가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동구는 2회에 걸쳐 약 40명의 청년을 채용할 예정이다. 사정에 따라 동구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부산 청년에 대해서도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사원이 된 청년에게는 향후 마을 만들기 등 도시재생 프로그램과 연계시키거나 공공형 일자리 지원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이곳에서는 청년의 무제한적인 ‘작당’이 이뤄질 것이다. 다른 사원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동기를 부여받고,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창발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