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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청년과, 나누다 2 <6> 금난새 지휘자

75세에도 시들지 않는 열정 … 문화 불모지에 음악 꽃피우다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1-05-02 20:00:32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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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클래식 대중화 이끈 대가
- 문화 혜택 차별 없애려는 일념
- 장소·크기 안 가리고 무대 올라

- 모두가 말린 민간 오케스트라
- 기업 기부 이끌며 가능성 입증
- 제야·로비 콘서트 등 시도 계속

- 지난달 문 연 금난새뮤직센터
- 청년 가르치며 그들의 꿈 응원
- “지금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야
- 늘 새로운 것 도전하는 삶 살길”

세계가 사랑하는 지휘자 금난새(75). 국내 클래식 대중화 역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마에스트로. ‘클래식 돈키호테’라 불리는 그는 명성보다 늘 창의적 도전과 혁신을 추구했다. 국내 데뷔 42주년인 올해도 그는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개관한 부산 수영구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의 ‘금난새뮤직센터(GMC)’에서 청년 음악가의 성장을 응원 중이다. 아직도 연간 100일 이상을 무대에 서는 그는 “지금의 실패는 아무 것도 아니다. 늘 도전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건넸다.
   
금난새는 지휘 인생 40여 년을 돌아보며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오찬영 PD
■너의 실패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금난새는 유명 작곡가이자 동래여고·경남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부친 금수현을 따라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지휘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서울예고 2학년 때. 미국 카네기 홀에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를 이끌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TV 속 모습에 매료됐다. 1980년대 초 한국에는 지휘과는 물론 지휘를 가르칠 스승도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아 직접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휘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금난새 해피 클래식’ 무대에서 지휘하는 금난새.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예고 음악교사로 부임한 금난새는 마침내 꿈에 한 발 다가선다. 1974년 ‘세계청소년음악연맹’ 행사 참석차 독일에 갔을 때 무작정 베를린국립음악대학을 찾아가 지휘과 교수 두 명의 이름을 건네 받았다. “‘장군’이 연상되는 딱딱한 느낌의 이름의 알렌도르프 교수 대신 음악가 느낌이 물씬 나는 라벤슈타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어요.” 라벤슈타인 교수는 스물 일곱의 금난새에게 “지휘 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대신 실망한 그에게 라벤슈타인은 “한국에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최대한 빨리 공부를 시작하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금난새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했다. “그때 용기를 내 베를린음악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라벤슈타인 교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귀국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고 가끔 생각합니다. 라벤슈타인은 정말 친절하고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동양에서 온 낯선 청년에게 수업료도 받지 않고 많은 것을 가르쳐줬어요.”

독일은 장학제도가 잘 되어있어 학비 걱정은 없었다. 베를린국립음악대에 입학하면 비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길로 독일에 머물며 입시를 준비했으나 시간이 촉박했던 탓에 보기 좋게 낙방. 좌절한 그에게 라벤슈타인 교수는 용기를 줬다. “교수님이 ‘미스터 금, 아무도 너의 1974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라고 하셨어요. 훗날 훌륭한 음악가가로 성공한다면 지금의 실패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였습니다. 청강생으로 수업을 들으며 다시 시험을 준비해 마침내 합격했습니다.”

■독일 사회의 가르침

   
독일에서 금난새에게 지휘를 가르쳤던 라벤슈타인(왼쪽) 교수와 금난새 지휘자. 유라시안 코퍼레이션 제공
금난새는 “독일 사회로부터 배운 것이 음악 외에도 많다”는 말을 자주 했다. 독일은 베를린 음대나 라벤슈타인 교수처럼 배움을 원하는 이들에게 활짝 열린 사회였다. 음악이 소수 지식인이나 엘리트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가난한 유학생도 매일 밤 음악회를 즐길 수 있었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도서관에서 음반을 실컷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은 금난새가 1977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카라얀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해 지휘자로 데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금난새는 자연히 한국 사회를 되돌아봤다. 유럽에서 지휘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클래식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더 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스승의 말에 기꺼이 한국행을 택했다. 이후 독일에서 얻은 가르침을 고국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그의 무대에 ‘경계’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이유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은 12년 동안 매년 두 번씩 꼭 지방공연을 다닌 일, 울릉도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에 공군 도움으로 헬기까지 동원한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교향악단의 규모도 따지지 않는다. KBS교향악단·수원시향·경기필하모닉·성남시립예술단 등 전문 교향악단은 물론 농어촌청소년오케스트라·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 등과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공연 횟수도 엄청나다. 십수 년째 1년 365일 중 100일 이상을 무대에 선다.

“음악은 공원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 생각해 열심히 뛰어다녔죠. 또 독일처럼 문화적 혜택이 골고루 나눠졌으면 해서 가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가장 좋아하는 별명인 ‘가장 사랑받는 지휘자’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필요한 무대라면 가리지 않고 섰다는 것 하나만은 자신하기 때문에 유명하거나 뛰어나다는 칭찬보다 더 좋아요.”

■도전의 아이콘

   
지난달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에 개관한 금난새뮤직센터(GMC)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청중들을 향해 설명하는 모습.
금난새는 도전을 기꺼이, 창의적으로 즐긴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최초의 벤처 오케스트라 ‘유로아시안 필하모닉(현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을 통해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공적 지원에 의존한다. 정부 예산이 없는 민간 오케스트라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다.

금난새는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선 공연을 하든 안하든 단원 월급이 나오는 기존 제도 대신 공연을 하는 만큼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단원들의 자생력을 키우고자 했다. 이후 연습실을 빌리기 위해 대기업 포스코를 찾았다. 그때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높은 천장과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넓은 로비가 꼭 콘서트홀처럼 느껴져서다. 전문 음악홀이 아니어서 음향 문제가 있을 수 있었으나 콘서트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철강 회사인 포스코는 부드러운 기업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주일은 새 천년을 앞둔 1999년 12월 31일 밤.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무대가 끝난 뒤 관객 1000여 명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국내 벤처 오케스트라의 시작이었죠. 포스코와 그 해에만 9번의 계약을 하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갔어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첫 해는 연주를 35번만 했지만 한 4년째는 100회까지 했죠. 100회까지 하는 곳은 드뭅니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면 더 빨리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청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금난새는 포스코에서 시작한 제야 음악회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를 최초로 시도했다. 청소년해설음악회·브런치 콘서트·로비 콘서트·제주와 부산의 실내악페스티벌 등 시간·장소·장르를 융합한 음악회로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의 열정은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사그라들 줄 모른다. 현재는 망미동 F1963에 개관한 ‘금난새뮤직센터’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역 음악가를 돕고 있다. “저는 언제나 젊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체력이 안 되네요. 하하. 젊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마음껏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제작지원 :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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