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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6> ㈜JK필름 윤제균 감독

韓 첫 쌍천만 감독 “진정성 논란? 내 영화는 관객 행복 추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4-11 19:35:2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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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쳤던 끼 서른 넘어 영화 도전
- ‘국제시장’ 이념 논쟁에 넌더리
- 망국적 좌우 갈등은 사라져야

- 관객의 진심 알아야 흥행 가능
- 행복한 작품·흑자 달성이 목표
- 직원 근무환경 개선 기여 뿌듯

- 부산, K-할리우드로 키우려면
- 서울 제작사·인력 모두 유치를

아버지는 마산수출자유구역에서 일하다가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주식투자로 날렸다. 그리고 암 투병 끝에 대학 2학년인 아들 앞에서 한 마디를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미안하다.” 그러나 아들은 아무 답도 못 했다. 구급차를 부르고 숨이 넘어갈 듯 위중한 아버지의 상황을 처리하느라 다급했다. 그리고 응급실에 닿기도 전에 아버지는 운명했다. 남은 외동아들은 커서 성공한 영화인으로 우뚝 섰다. 그때 못한 아버지께 드리는 아들의 회한 섞인 답. “아버지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당신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윤제균 감독의 이야기다. 그가 CJ의 첫 1000만 영화로 1145만 명을 동원한 ‘해운대’(2009년)로 성공한 뒤 ‘사부곡’처럼 만든 헌사가 영화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은 2014년 1425만 명을 기록하며 그를 한국 영화사 최초로 두 번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쌍천감독’으로 만들었다. 그는 코미디에서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첫 영화인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을 통해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원하지 않은 이념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를 진절머리 나게 한 일대 사건이다. 그래서 ‘국제시장’ 이야기를 하면 본능적으로 ‘자기 검열’에 진입하고 목소리가 두어 톤 올라간다. 그는 아직 한창의 나이 53세다.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3수 끝에 고려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대기업 LG애드의 전략기획실에서 첫 사회 수업을 시작했다. 그의 숨겨진 ‘끼’는 역설적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IMF 때 분출했다. 전형적인 경상도의 가부장적 집안 분위기 속에서 눌러왔던 에너지가 나이 마흔 살에 폭발하면서 영화감독과 제작자로 성공을 거뒀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JK필름은 두 번의 대작을 성공한 뒤 CJ 계열사로 편입했다. 2002년 영화 제목을 딴 ‘두사부일체’(2001년 제작)를 제작사로 설립한 지 15년 만이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청년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입을 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의 풍모가 거침없이 드러났다. 영화산업의 중심지를 지향하는 고향에 대해 “부산이 할리우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감독을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JK 사무실 빌딩 4층에서 지난 2월 17일 만났다.
영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윤제균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스타 감독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부산 사나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성장기를 보냈다. 여동생이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광고를 담당한 사람인데, 영화 시나리오에서 연출과 제작까지 하게 됐다. 아마 제 속에 뭔가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다. 그러나 파평 윤가 소부공파 35대 장손이고 외아들이다. 끼를 드러내는 것이 불경시 되는 가족 문화였다.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살았다.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 말 잘 듣고 사고 치지 않고 20대까지 살았다. 가진 끼와 재주를 발현하게 된 것은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결혼한, 나이 서른이 지나서였다.

-윤 감독에게 뭔가 특별함이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자주 하더라.

▶나의 영화 인생을 관통하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에게 근로 대가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이다. 다음은 투자가 이익을 지키려는 자세다. 그리고 영화를 찾는 관객이 그 영화를 보는 순간만이라도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어도 관람료와 관람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여기게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한 편으로는 국내 영화계에서 제대로 지켜야 하나 지키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해운대와 국제시장 두 영화를 지나면서 한국 영화는 산업으로 더 진입했고, 종사자의 수준과 근무환경 모두 크게 변했다. 여기에 기여한 데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윤 감독이 보는 영화란 무엇인가.

윤제균 감독이 대중 영화를 만드는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영화는 컷의 예술이다. 같은 시나리오로 같은 여건에서 영화를 한 컷 찍을 때는 봉준호 감독과 신인 감독, 일반인이 찍어도 별 차이가 없다. 한 편의 영화는 두 시간 정도의 분량에 3000컷 정도로 만들어진다. 같은 시나리오로 같은 여건에서 한 컷은 누구든 만들 수 있고 누가 만들어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3000컷에는 감독의 고유한 취향이 담길 수밖에 없다. 한 컷은 0.1퍼센트조차 인지할 수 없는 차이다. 10컷은 1%, 100컷은 10%, 1000컷이 되면 100% 달라진다. 그래서 시나리오와 영화를 보면 그 감독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배경에서 자랐는지까지 보인다. 나의 영화도 그렇다. 그리고 나의 영화는 표현의 체인지(변화)를 넘어선 아웃사이더로서 레인지의 크기가 달랐다. 그것이 평단이나 언론에 낯설었겠지만 관중에겐 호응을 얻었다. 관객의 진심을 알아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영화에 대해 ‘진정성 없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관객에게 행복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다.

-이른바 ‘쌍천감독’에 오른 비결은 뭔가.

▶영화는 소수의 전문가를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국제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제작비를 낸 투자가에게 ‘흑자’로 보답해야 한다.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 나는 나의 영화 전반에서 ‘관객은 신이다’고 생각하며 영화에 임했다. 만일 영화를 더 많은 시간으로 늘린다면 국제시장에서도 산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사건도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대부분의 경상도 남자를 닮았다. 그러나 좌우 이념 구분에 대해서는 죽을 만큼 싫다. 우리가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채 여태까지 온 까닭도 해방 이후 신탁과 반탁의 좌우 갈등으로 인한 것이다. 조국의 운명을 갈라놓은 망국적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은 사라져야 한다. 나는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여력이 되면 한국 영화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빛나고 국내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의 삶이 행복한 영화계가 되게 하겠다.

-차기 작을 기다리는 팬이 많다.

▶상황이 변해서 결정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제가 연출하는 작품도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OTT 시장에 맞게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시트콤까지 열정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공조2-인터내셔널’을 제작 중이다.

-㈜JK 필름에 대해 소개해 달라.

▶JK는 내 이름 윤제균의 영문 이니셜이다. CJ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2002년 ‘색즉시공’ 때 ‘두사부필름’을 설립했는데 ‘해운대’부터 ‘JK필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20년 동안 주로 CJ와 2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4년 전에 “힘을 합해 글로벌한 제작사로 가보자”는 CJ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국 영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OTT가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지금은 매우 어렵지만 참고 견뎌서 지나가면 곧 다시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몰려오고 영화는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다만 재난의 시기를 같이 겪고 있는 영화계에 대해 다른 업종들과 달리 아무런 정부 지원이 없는 것은 매우 아쉽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해 우리 영화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더라도 더 이상 영어로 만들지 않아도 되게 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승리호’를 통해 한국 영화 CG(컴퓨터그래픽)의 기술력이 전 세계 영화계에 각인되었다. 정부는 그간 이런 영화의 국제적인 성공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고사 직전에 있는 영화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부울경이 메가시티로 가고 있다. 영화도시 부산의 앞날은 어떻게 보나.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메가시티는 당연히 동의하고 환영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다. 나는 부산에서 하는 행사에 초청을 받으면 안 간 적이 거의 없다. 그만큼 내 고향 부산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인천이 머지않아 부산의 인구를 추월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쇼킹하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전적으로 시장의 변화로 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화산업을 놓고 본다면 부산이 ‘한국의 할리우드’가 되어야 한다. 동남권 통합경제 시대에 영화도시 부산이 가야 할 길이다. 이는 부산이 영화산업의 종합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서울에 있는 제작사와 연관 기업, 영화를 만들고 파는데 필요한 모든 인력과 시설이 집결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덕신공항’이 들어서고 지금처럼 영진위와 영상위 등이 나서서 헌신적인 지원을 해도 이들 전제 조건이 채워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뛰어넘어야 한다.


◇ 윤제균 감독은

▷1969년 부산 출생 ▷낙민초·동래중·사직고 졸업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6년 LG애드 전략기획실 ▷2001년 두사부일체로 데뷔 ▷2015년 제52회 대종상영화제(국제시장) 감독상 ▷대표작: 연출(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해운대, 국제시장, 영웅…) 제작(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하모니, 댄싱퀸, 공조, 히말라야, 그것만이 내세상, 담보…)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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