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도입 8년째인 도로명 주소 제도가 확대 개편된다. 일반도로는 물론 고가·지하도나 시설물 등에도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택배회사 직원이 건물에 붙은 도로명 주소를 살펴보고 있다. 국제신문DB

하지만 도로명 주소가 너무 길고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어 개편 전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개정 도로명 주소법에 따라 오는 6월 9일부터 새로운 도로명 주소 체계를 사용한다고 30일 밝혔다. 고가도나 지하도, 도시철도역 내부 통로는 물론 이와 인접한 시설물에도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입체 주소’ 도입으로 다중 이용 시설물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재난 및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구조·구급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입체 주소 도입으로 국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도로명 주소는 행정구역과 도로명, 사물번호로 이뤄져 있다. 개정안 시행 땐 시설물의 이름까지 추가된다. 사하구 도시철도 역 승강기의 경우 ‘부산 사하구 다대로 423 도시철도승강기’로 표기되는 식이다.

택시기사 이모(52) 씨는 “손님이 예약할 때 도로명 주소를 쓰면 찾으러 갈 때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입체 주소까지 시행하면 시설물 주소명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 내비게이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6) 씨는 “퀵서비스 이용 때 도로명 주소를 부르면 항상 무슨 동인지 되묻는데 시설물 주소를 알려주면 과연 빠르게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설물에 도로명 주소를 부착하면 고유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버스정류장의 경우 각종 버스 노선으로 어지러워 한참을 쳐다봐야 하는데 도로명 주소까지 부착하면 더욱 지저분해 보일 수밖에 없다. 동아대 서금홍(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도로명 주소 디자인이 건물과 시설에 어울리지 않아 미관을 해치고 있다. 도로명판을 꼭 써야 한다면 가독성과 명시성을 높인 디자인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