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접종 끝낸 병원 종사자들
- AZ 백신 당일 이상반응 호소
- 일 집중 못 해 연차 요청하기도
- 현장 “충분한 휴식 보장” 공감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 휴가’ 제도화를 시사했다. 요양병원 의료인력 등 이미 백신을 맞은 시민 상당수는 고열·근육통 등 증상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휴식을 보장하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16일 부산 A요양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 등 200여 명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접종 당일 밤 발열과 근육통, 오한 등 증세를 겪었다.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며 연차를 요청한 직원도 상당수였지만, 환자 진료 등을 고려해 이 가운데 일부만 쉴 수 있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현재 백신 접종은 병원 측 자체 계획에 따라 접종 인원과 시기 등을 정해 이뤄진다. 접종 직후엔 30분간 휴식을 취하며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핀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휴식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있었고, 단기간 접종률을 높이려는 방역당국 계획에 발맞추려 다소 짧은 기간 접종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반응을 경험한 직원 숫자와, 반응의 정도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상당수 직원이 이를 감내하고 업무를 봐야 했다”며 “백신 휴가제가 시행되면 안정적인 접종 기간이 자연스레 확보되고, 이에 따라 접종한 이들의 충분한 휴식도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직원 120여 명이 AZ 백신을 맞은 B요양병원도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증상의 경중은 달랐지만 이들 중 80%가 이상반응을 경험했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원 규모 등 사정에 따라 접종 직원에게 공가를 보장해주기 어려운 곳도 있다. 백신 휴가제 취지에 공감한다”며 “휴가제가 도입되기 전 접종하게 될 병원·기관 등에서는 접종 기간을 넉넉하게 설정하고, 접종 후 직원 휴식 보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곤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대되기 전 이상반응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윌리스 요양병원 김태유 원장은 “접종 후 일주일간 주사 맞은 부위 통증을 비롯해 피로감, 경미한 발열 등이 있었다”며 “비의료인의 경우 사전 정보 없이 이런 증세를 경험하면 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휴가제를 통한 휴식 보장은 물론 지역별로 거점병원 등이 접종자 몰림 상황에 대비하고, 백신을 맞은 시민의 경우 고열 등 증세가 있더라도 별도로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