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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팔 수술 3번 하고도 불사조 부활 “고난 견뎌야 새 기회 온다”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1-02-28 19:57:3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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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19세때 롯데 입단
- 포스트시즌 1차전 우승 투수
- 현재까지 롯데 유일한 신인왕
- 이후 부상으로 암흑기 거듭
- 불굴의 의지로 선발 출전 귀감

- 소수만 프로행 현실 안타까워
- 발판돼줄 전문대 팀 창단 주도
- “시련에도 좌절 않고 노력해야
- 재도약할 기회 잡을 수 있어”

염종석(47).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신인왕.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 야구팬들이 염종석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히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혹사’ 논란을 뒤로하고 우승을 위해 자신의 팔을 불살랐던 희생정신과 3번의 수술·재활을 극복하고 일어선 오뚝이였기 때문이다. 현재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인 그는 자신처럼 재도약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고난은 누구에게든 온다. 포기하지 마라. 칼을 한번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한다”고 독려한다. 실패를 성찰하고 경험을 연결하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는 의미다. 최근 그를 만나 수많은 시련을 극복한 ‘비결’을 물었다.

■전설의 시작

   
지난달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이 동의과학대 사무실에서 선수 시절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찬영 PD
부산에서 태어난 염 감독은 중앙초 6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첫 시련은 부산고 2학년 때 찾아왔다. 프로 신인지명을 불과 1년 앞두고 팔꿈치를 다쳐 1년간 거의 뛰지 못했다. 중요한 시기에 부상을 입은 그는 묵묵히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기나긴 재활에 성공한 그는 19살이던 1992년 고향팀에서 ‘원클럽맨’의 첫발을 내디뎠다. 데뷔전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발로 예정됐던 박동희가 장티푸스로 입원하는 바람에 기회를 갖게 됐다. “너무 긴장해 헛구역질을 많이 했어요. 애국가가 나올 때는 마운드에서 오줌을 싸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였지요.” 결국 그는 2회 5실점하고 강판됐다.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연습한 대로 편하게 했으면 되는데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멘탈이 무너진 거죠. 꼼짝없이 2군 가겠구나 싶어 우울했습니다.”

일주일 뒤 투수코치가 다시 기회를 줬다. 염 감독은 마운드에 설 때는 “편하게 던지자”고 되뇌었다. 그는 “매 이닝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던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완투승으로 끝났다”며 웃었다. 이때부터 전설이 시작됐다. 데뷔 첫 해 17승 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으로 1위에 올랐다. 다승 3위에 세이브 9위였으니 신인왕 수상은 당연했다. 포스트시즌에선 혼자 4승을 거두며 롯데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다. 한국야구사에서 19세로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로 나서 승리를 기록한 투수는 염종석이 유일하다.

당시 염 감독의 별명이 ‘염태지’(염종석과 서태지를 합친 말) 또는 ‘염슬라’(염종석과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합친 말)였을 정도로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염 감독은 우승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냥 마냥 좋았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는데 ‘염태지’라 불렸으니까요. 부산에서는 비슷한 인기가 있었던 거죠.”

■포기는 없다

   
염종석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현 동의과학대 감독의 빛나는 순간들. 위에서부터 1992년 19살 나이로 롯데에 데뷔하자마자 맹활약 하던 당시, 2008년 은퇴식에서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순간, 지난해 동의과학대 야구단 창단 후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엄청난 기대와 함께 다음 시즌을 시작했지만 10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는데도 데뷔 첫해 워낙 큰 활약을 한 탓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질타도 받았다. 성적이 하락한 이유는 1992년 많은 경기를 소화해 팔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시련은 연달아 찾아왔다.

팔 상태가 악화돼 1995·1997·1999년 총 3번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과 재활이 반복된 1990년대 중후반은 암흑기였다.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해 참 열심히 했는데 생각만큼 성과가 안 나왔어요. ‘훈련 열심히 안 했다’는 얘기도 들렸으니까…. 팔은 아픈데 정신은 자꾸 다운되고. 몸과 마음 모두 힘들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프로 야구 선수에게 수술과 재활은 치명적이다. 고통스러운 기간을 버텨내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 은퇴하는 선수도 많다. 이런 과정을 세 번이나 반복한 염 감독이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에 부상에도 불구하고 1999년까지 평균 자책점 3점대를 유지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신력이 상당히 강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선발 등판할 수 있을까, 좋은 성적이 나올까’만 생각했어요. 수술 때문에 피칭은 많이 못 하는 상태였지만 대신 체력 운동을 많이 했죠. 은퇴할 때까지도 훈련량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 했어요. 그거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염 감독은 혹사 논란이 일었던 1992년 시즌을 두고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승에 나도 큰 활약을 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절대 후회해본 적 없어요. 오히려 나를 인정해 주신 강병철 감독님이 늘 고맙습니다. 현재까지 롯데의 마지막 신인왕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고, 두 번째 우승을 견인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칼 한번 뽑아 보자

17년간 원팀맨으로 활약한 염 감독은 은퇴하고 2015년까지 코치로 활동했다. 지금은 지난해 5월 창단한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다. 염 감독은 고교 야구부 졸업생 중 프로나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지 못한 후배들의 현실이 안타까워 직접 전문대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다. 2년 만에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전문대 야구단은 선수들에게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실패의 쓴맛을 한 번 봤지만 재도약을 준비하는 제자이자 후배의 미래를 위해 단호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을 해요. 뻔한 말 같아도 사실입니다. 실력이 뒷받침돼야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람이 칼을 찼으면 뽑아야 한다. 뽑았으면 뭐라도 베야 한다”고도 했다. 힘든 순간을 극복한 경험이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버티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평생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 분야에서 견디지 못하면 다른 곳에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한 번 더 기회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설사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길이 열릴 가능성도 큽니다. 무언가를 찌를 수도 있고, 내가 찔릴 수도 있겠지만, 뽑아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일단 칼을 뽑을 때까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제작지원 :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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