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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00> 황제와 황제 : 최고의 책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02-08 19:14:3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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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불나면 가장 먼저 들고 나와야 할 책은?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은 세 질의 책을 꼽았다. 철학서 플라톤 전집, 역사서 플루타르크 비교열전, 문학서 셰익스피어 전집. 내가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딱 한 권으로 대답한다. 황제내경! 여기서 황제(黃帝)는 황제(皇帝)가 아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 영정(嬴政 BC 259~210)은 하나라 이전 세 명의 황(皇)과 다섯 명의 제(帝)인 3황5제에서 글자를 따와 자신을 황제라 칭했다. 진(秦)나라 처음(始) 황제인 진시황이다. 이후 중국 왕들은 모두 황제라 불린다.

   
황제내경이 최고의 책인 이유.
황제(皇帝)라는 단어의 유래에 들어가는 황제(黃帝)는 5제시대 첫 통치자다. 사마천(司馬遷 BC 145~86)이 52만6500자 130편으로 쓴 사기(史記) 첫머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이 전설적 신화가 혼재된 고조선을 생략하고 삼국사기를 쓴 것은 전설적 신화가 더욱 혼재된 3황시대를 생략하고 5제시대부터 시작하는 사기의 영향인 듯하다. 오제시대 초대 군주였던 황제는 4대와 5대, 흔히 태평성대했던 요순시대(BC 2357~2184)로 일컬어지는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고조 할아버지였다. 본명이 헌원(軒轅)이었던 황제에 대해 사기에서 기록하기를, 태어나서부터 신령했고 어려서 말에 능했으며, 10세에 삶의 이치를 깨달았고, 15세에 영민성실했으며 20세에 천자에 올랐단다.

80여만 자로 쓰여진 소문(素問) 81편과 영추(靈樞) 81편으로 이루어진 황제내경 첫머리에서도 사기 첫머리와 똑같이 씌어 있다. 책 이름에 있는 황제는 저자가 아니다. 질문한 사람이다. 대답한 사람은 기백(岐伯), 소녀(素女) 등 황제의 신하들이다. 황제내경 저자들은 실제의 질문과 대답을 기록한 게 아니라 문답식으로 책을 썼다. 어느 한 시기에 한 명의 저자가 쓴 게 아니라 춘추전국 시대→진나라→한나라에 걸쳐 여러 명이 쓴 책이다. 통일신라 때 최치원이 81자 천부경, 81자 난랑비 서문을 썼듯이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때 왕필(王弼) 등이 81장의 노자도덕경을 편집하고 주석을 달았다. 당나라 때 왕빙(王氷) 등도 각각 81편의 황제내경을 편집하고 주석을 달았다. 81이라는 숫자가 우연의 일치일까?

아무튼 도서관에 불나면 가장 먼저 끄집어 나와야 할 정도로 황제내경이 최고(最高)의 책인가? 그렇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건강이 최고라고 말한다. 황제내경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에 관한 의학서이기 때문이다. 그냥 의학서가 아니라 음양오행 사상에 따른 양생법을 담은 철학적 의학서다.

   
중(中)의학과 한(韓)의학은 모두 황제내경을 기반으로 하며, 동의보감 등 동양의학서들 모두 황제내경을 모태로 한다. 2500여년 전부터 100세 무병장수 장생건강법에 관해 더 이상 알아야 할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서양의학과 정반대인 동양의학의 관점에서다. 대체의학이라기보다 근본의학 차원에서…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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